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조용빈 농업공학부장(왼쪽)과 김진세 농업연구사가 지난 1일 라디오파 숙성기술을 적용한 소고기 샘플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사진=정혁수 기자 /사진=정혁수
한국에서 소고기 값이 비싼 이유는 미국·호주와 달리 한반도가 소를 대량으로 키우기 적합한 지형이 아닌데다 한국 축산농가들이 구제역 파동 등을 겪으면서 공급이 줄고,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한 몫 하고 있다. 여기에 도축 후 중간 유통을 거치면서 비용이 곱절 이상 오르는 것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그 수요는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산업계도 오랜 숙성기간에 따른 축산물 재고 부담을 내려 놓게 될 것이다. 또 산업 경쟁력이 올라가고, 소비자 만족도가 커지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글로벌 소고기 시장을 선도하는 날도 성큼 다가 올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 그 '게임체인저(game-change)' 발굴에 몰두하는 이유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수확후관리공학과 김진세 농업연구사가 개발한 라디오파 숙성장치. /사진=정혁수
김진세 농업연구사가 지난 1일 라디오파 숙성기술을 적용한 소고기 샘플을 선보였다. /사진=정혁수 기자
'소고기 숙성'은 고기가 본래 가지고 있는 효소 또는 첨가된 효소로 고기의 결합조직(connective tissue) 단백질을 분해해 아미노산을 만들고, 고기를 연하게 해 감칠맛 등을 증가시키는 과정이다.
국립농업과학원 수확후관리공학과 김진세 농업연구사(유통품질공학연구실)는 고기 내부를 라디오파로 30도 인근에서 가열하고, 냉풍으로 표면을 냉각·건조시키는 방식으로 세균 걱정없이 48시간 만에 건식 숙성 효과(3주이상)를 얻을 수 있는 '라디오파 숙성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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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구사는 "효소가 온도가 높을 수록 반응이 활발하고, 단백질이 변성되는 40도 보다 약간 낮은 온도로 보관해야 익지 않은 상태로 빠른 효소반응을 얻을 수 있지만 세균이 가장 활발하게 자라는 온도 역시 이와 비슷해 어려움이 많았다"며 "숙성을 위해 고기를 무작정 높은 온도에 보관하기 어려웠고 적정 온도를 찾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수확후관리공학과 김진세 농업연구사가 지난 1일 라디오파를 이용한 단기 숙성기술 개발 연구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혁수
또 기존 건식 숙성고 대신 라디오파 숙성 장치를 이용할 경우, 일반적으로 45일 걸리던 숙성 기간이 2일로 단축돼 건식 숙성육의 유통 산업화를 앞당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K-숙성육'의 브랜드화로 미국·호주 등 스테이크 종주국과의 경쟁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기술은 국민 건강은 물론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축산농가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전망이다. 라디오파 숙성기술로 저지방 소고기의 소비가 늘어나면 지금처럼 소를 과도하게 살찌우는 데 들어가는 사료비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도한 지방섭취로 인한 건강 적신호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라디오파 숙성육 소비가 활성화 될 경우, 축산농가의 경영비 절감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소 사육에 보통 30개월이 걸리지만 이중 5~6 개월은 마블링 개선에 그 목적이 있는 만큼 이 기간을 생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경제적인 라디오파 숙성육 보급이 확대되면 비싼 소고기를 둘러싼 양극화 문제도 개선될 여지가 크다.
라디오파 단기 숙성기술이 적용된 소고기(왼쪽)와 일반 숙성 고기 비교 모습 /사진=정혁수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조용빈 농업공학부장과 김진세 농업연구사가 수확후관리공학과 직원들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정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