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만나러 왔다가…'트럼프 외교통'에 줄 대는 나토 지도자들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4.07.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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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정상회의 개막, 사퇴 압박에 바이든 '동맹 리더' 이미지 퇴색…
유럽 지도자들 켈로그·폼페이오 등 트럼프 측근들과 잇달아 회동,
트럼프 재선 땐 나토 회원국들 'GDP 2%' 군비 증강 압박 커질 듯

조 바이든(앞줄 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워싱턴의 앤드루 W. 멜론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기 전 각국 정상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AP=뉴시스조 바이든(앞줄 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워싱턴의 앤드루 W. 멜론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기 전 각국 정상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AP=뉴시스


유럽의 지도자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9~11일)와는 별도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외교 라인에 선을 대고 있다.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외교적 접점을 만들어두기 위해서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유럽 대표단이 이번주 워싱턴에서 전 국가안보위원회 수석보좌관인 키스 켈로그, 전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등 트럼프의 외교통들과 회동을 가졌다. 켈로그 전 보좌관은 성명을 통해 FT에 "우리는 다양한 총리, 국가 안보 고문, 국방부 장관, 외무부 장관, 대사들과 일련의 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들의 회동은 이날 개막한 나토 정상회의와는 별개로 열렸다. 이는 TV토론 악재로 어려움을 겪는 서방 군사동맹 수장 바이든에겐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당 내외 후보 사퇴 요구에도 바이든 자신은 완주 각오를 굽히지 않고 있으나, 나토 동맹 사이에서는 그의 재선 가능성에 의구심이 높아졌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나토 창설 75주년 기념 행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영부인 질 바이든이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로이터=뉴스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나토 창설 75주년 기념 행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영부인 질 바이든이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로이터=뉴스1
나토 동맹국들은 트럼프 재선을 꺼려하면서도 외교적 접점은 미리 만들어두겠단 속내다. 2016년 트럼프 당선 당시 미국의 리더십 변화에 급작스레 직면했던 트라우마 탓이다. 트럼프는 2017~2021년 대통령 재임 당시 나토 창립 조약 제5조인 '집단방위 공약'에 조건적 입장을 취했다. "회원국을 하나로 묶어 서로를 보호하고 동맹 내에 연대 정신을 확립하는" 방위 공약의 조건으로 방위비 균등 부담을 내건 것.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3.38%를 방위에 지출하는 반면 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 지출은 평균 2.02%다. 트럼프는 최근에도 일부 나토 회원국이 올해까지 GDP의 최소 2%를 국방비에 쓰기로 한 공식 지침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불평했다. 지난 2월에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군비 지침을 충족하지 못한 나토 회원국에 대해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두겠다고 사실상 협박성 발언을 했다.

나토가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방비가 GDP의 2% 미만인 나라는 벨기에, 캐나다,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스페인 등 8개국이다. 아이슬란드는 나토 회원국이지만 상비군이 없기 때문에 나토 동맹의 국방비 예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도럴의 자신의 골프 리조트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 그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이 적힌 모자를 쓰고 유세에 참석하고 있다./로이터=뉴스1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도럴의 자신의 골프 리조트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 그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이 적힌 모자를 쓰고 유세에 참석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아이러니한 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는 나토 가입 30개 국가(핀란드와 스웨덴은 지난해 가입) 중 9개 국가만 이 기준을 충족했다는 것이다.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불법 합병한 후 2014년 나토 정상회담에서 국방비 지출 목표를 약속했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유럽 국가들이 약 1000억달러를 기부해 미국과 균등하게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싸우는 걸 돕기 위해 대부분의 돈을 지불하고 있다"며 "유럽은 최소한 평등해야 한다. (유럽이 미국에) 1000억달러 이상을 빚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키엘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유럽국가들은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에 최소 1020억유로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는데 이는 미국의 할당액인 740억유로보다 많은 금액이다. 유럽연합(EU)는 지난 2월 500억유로의 추가 지원 패키지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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