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세대출 규제, 고가전세·유주택자부터 단계시행될듯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이창섭 기자 2024.07.0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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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금융권 신규대출의 DSR 적용여부/그래픽=김다나전 금융권 신규대출의 DSR 적용여부/그래픽=김다나


금융당국이 대출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는 전세대출에 유주택자와 고가전세 중심으로 단계적 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집값 광풍이 불었던 2021년 수준으로 빨라지자 추가 대책 마련을 고민 중이다. 다만 도입 시기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시점인 9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연초 업무계획을 세우면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 방안 중 하나로 전세대출의 DSR 도입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이와관련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유주택자가 전세대출을 받을 때 DSR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하고 있다. 전세보증 금액이 큰 경우에는 대출을 제한해 무주택 서민 지원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2단계 DSR 시행 이후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전세대출은 현재 DSR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이 주택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을 받는 경우엔 전세대출 이자가 DSR에 포함되지만 다른 대출을 받은 사람이 전세대출을 추가로 받으면 원금과 이자 모두 DSR 산정시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유주택자가 전세대출을 받을 때 이자를 DSR 산정에 넣는 방안을 우선 검토 중이다.

아울러 고가 전세도 대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대상에 올렸다. 전세대출은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보증보험 등 3곳의 전세보증을 받아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한다. 서울보증은 전세가격과 상관없이 전세보증을 해 준다. 이로 인해 전세가격 9억원이 넘는 고가전세에도 지난 2월말 기준 1조9000억원 규모의 대출이 실행됐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 3억~4억원을 넘는 6억~9억원 구간에도 8조3000억원의 대출이 나갔다.



전세 보증기관이 90% 이상 보증하기 때문에 은행들은 돈 떼일 염려 없이 전세대출을 해 준다. 2023년 10월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이 161조4000억원으로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36조원 대비 5배 이상 급증한 이유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선 DSR 규제 '열외'인 전세대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됐다. 신규 대출 기준 전세대출 비중은 전체의 14.9%에 달한다.

전세대출이 주택시장의 유동성 공급원이 되면서 갭투자(전세를 낀 매매) 유발 요인이 되고 매매가격도 끌어 올리는 등 악순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에 일정 역할을 해온 만큼 전면적인 규제 도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주택자와 고가 전세에 우선 도입하고 도입 시기도 9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이후로 미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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