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카와로 결정했다" 두산은 왜 KBO 56승 외인 아닌 '고작 5G 등판' 23세 日 투수 선택했나

스타뉴스 김동윤 기자 2024.07.08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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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카와 케이쇼. /사진=SSG 랜더스 제공시라카와 케이쇼. /사진=SSG 랜더스 제공


두산 베어스가 브랜든 와델(30)의 부상 단기 대체 선수로 'KBO 56승 좌완' 에릭 요키시(35)가 아닌 시라카와 케이쇼(23)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두산 관계자는 8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시라카와 영입 신청 공문을 보냈다. 타 구단도 영입 의사가 있으면 내일 오후 23시 59분까지 보내면 된다. 만약 우리 순번이 올 때까지 타 구단이 선택하지 않는다면 시라카와를 영입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두산은 지난달 27일 왼쪽 어깨 견갑하근 부분 손상으로 이탈한 브랜든을 교체하는 것이 아닌 기다리기로 정했다. 브랜든의 회복 속도가 빠르고 현시점에서 그만한 외인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현재 외국인 선수 교체를 고민하고 있는 각 구단 스카우트들은 하나같이 "데려올 선수가 없다"고 말한다.

반면 브랜든은 올해 14경기 7승 4패 평균자책점 3.12로 가장 꾸준한 선발 투수 중 하나였다. KBO 통산 3시즌 간 43경기 23승 10패 평균자책점 2.98로 적응도 끝났다. 이에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달 30일 "단기 6주 계약만 생각하고 있다. 현재 브랜든의 회복이 빠르다고 들었다. 복귀까지 6~7주 정도는 생각한다"고 전했다.



야구계에 따르면 대체 외국인 선수로 3~4명의 선수를 염두에 둔 가운데 베테랑 요키시와 일본 독립리그 출신 시라카와가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요키시는 지난달 29일 한국에 들어와 30일 오전 이천 베어스 파크에서 테스트를 받았고 두산의 결정을 기다렸다. 시라카와는 지난 2일 원 소속구단인 SSG 랜더스가 기존의 6주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지난 3일 웨이버 공시됐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요키시의 강점은 적응이 따로 필요 없는 풍부한 KBO 리그 경험과 풀타임 선발 경력이었다. 그는 2019년 키움에 입단해 지난해 6월 왼쪽 내전근 부분 파열로 방출되기까지 5시즌간 통산 130경기 56승 36패 평균자책점 2.85, 773⅓이닝 592탈삼진을 기록한 장수 외인이었다. 2020년에는 27경기 12승 7패 평균자책점 2.14로 평균자책점 1위, 2021년에는 31경기 16승 9패 평균자책점 2.93으로 다승왕을 차지했고 두 차례 한국시리즈 경험도 있었다.

키움 시절 에릭 요키시.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키움 시절 에릭 요키시.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에릭 요키시(왼쪽에서 3번째)가 지난해 고척 두산전에서 가족들과 함께 응원단상에 올라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에릭 요키시(왼쪽에서 3번째)가 지난해 고척 두산전에서 가족들과 함께 응원단상에 올라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그러나 단점도 확실했다. 두산에 따르면 요키시는 KBO의 대체 외국인 선수 도입을 염두에 두고 지난 1년간 소속팀 없이 개인 훈련을 진행했다. 그 결과 최고 시속 143㎞의 공을 무난히 던질 수 있을 정도로 몸 상태는 좋았지만, 1년의 실전 공백이 컸다. 여기에 비자 문제도 불거졌다. 브랜든의 복귀가 예상보다 빠를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비자 발급을 위해 최소 1주 이상 소화된다는 점이 당장 후반기 시작부터 선수가 필요한 두산에는 마이너스였다.


두산 관계자는 "비자 문제가 제일 컸다. 현실적으로 6주의 기간에 5~6번을 던질 수 있다고 하면 최대한 빨리 팀에 합류해서 등판 스케줄을 잡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 요키시의 비자 문제가 해결되다 해도 불펜 피칭과 실전은 다르다 보니 그 부분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라카와도 장·단점이 뚜렷했다. 시라카와는 지난 5월 로에니스 엘리아스(36)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SSG에 입단한 뒤 5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5.09를 기록했다. 본인이 긴장했다고 밝힌 6월 7일 부산 롯데전 1⅓이닝 8실점(7자책) 경기를 제외하면 평균자책점 2.49까지 떨어진다. 고작 5경기 등판에 불과하지만, 6월 21일 인천 NC전에서 6⅓이닝 1몸에 맞는 공 10탈삼진 2실점으로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최고 시속 150㎞의 빠른 공에 낙차 큰 커브, 포크의 조합이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SSG 시절 로에니스 엘리아스(맨 왼쪽)와 시라카와 케이쇼(왼쪽에서 3번째). /사진=SSG 랜더스 제공SSG 시절 로에니스 엘리아스(맨 왼쪽)와 시라카와 케이쇼(왼쪽에서 3번째). /사진=SSG 랜더스 제공
시라카와 케이쇼가 2일 창원 NC전이 우천 취소된 뒤 선수단과 이별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시라카와 케이쇼가 2일 창원 NC전이 우천 취소된 뒤 선수단과 이별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그 탓에 SSG도 한때 엘리아스와 시라카와를 선택하는 것을 두고 프런트, 선수, 코치 등 구단 내 의견이 5대5로 갈릴 정도로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결국 외국인 선수 교체 한도가 한 장밖에 남지 않았던 SSG는 안정감과 상대로 마주했을 때의 위험 부담 등을 이유로 엘리아스를 선택했다.

우려되는 점은 5일 선발 로테이션에 익숙하지 않은 점과 풀타임 경험이었다. 시라카와는 2020년 일본 독립리그의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에 입단해 독립리그에서만 5년간 활약했다. 프로 경험은 KBO 리그 SSG가 처음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등판하는 것이 익숙한 일본 야구의 특성상 시라카와의 체력과 경험은 우려대상이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전 소속팀 SSG에서도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미지의 영역이다.

두산은 아직 확실하지 않은 단점보다 단 5경기라도 시라카와가 보여준 장점에 기대를 걸었다. 또한 타자친화적인 인천SSG랜더스필드를 떠나 홈런이 많이 나오지 못하고 투수 친화적인 홈구장 잠실야구장을 믿었다. 실제로 두산은 시라카와가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던 6월 21일 인천 NC전을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한 후 본격적으로 후보군에 올려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관계자는 "시라카와가 SSG가 좋은 모습을 보여준 걸 생각했다. 거기에 투수에 유리한 잠실을 홈구장으로 쓴다면 더 좋아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한편 요키시는 이날 밤 한국을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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