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고이케 유리코 현 지사가 3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실제 승자는 무소속으로 득표율 2위에 오른 이시마루 신지 후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정 정당의 지원 없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과 소셜미디어(SNS) 등을 활용한 선거운동만으로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 모은 이른바 '이시마루 쇼크'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AFPBBNews=뉴스1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NHK 등 일본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전날 치러진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고이케 현 지사가 약 43%에 달하는 득표율로 3선 당선을 확정했다. 이시마루 후보는 24.3%로 2위에 올랐다. 당초 고이케 지사의 대항마로 주목받았던 야당 연합의 사이토 렌호 전 입헌민주당 참의원은 19% 득표율로 3위에 그쳤다.
일본 민영방송 앵커 출신으로 1992년 일본신당에 입당하며 정계에 발을 들인 고이케 지사는 2016년 무소속으로 출마해 첫 여성 지사로 당선됐고 2020년 재선에 성공했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해 온 극우 인사다. 도지사 재임 직후부터 줄곧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도문 송부를 거부했고 조선학교 등에 보내던 지원금을 끊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본 민영방송 앵커 출신으로 1992년 일본신당에 입당하며 정계에 발을 들인 고이케 지사는 2016년 무소속으로 출마해 첫 여성 지사로 당선됐고 2020년 재선에 성공했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해 온 극우 인사다. 당선 직후부터 줄곧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도문 송부를 거부했고 조선학교 등에 보내던 지원금을 끊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AP=뉴시스
유튜브와 엑스(X·옛 트위터)에 연일 게시한 거리 연설 동영상에는 응원 댓글이 쏟아졌다. 히로시마현 아키타카타시 시장 시절 자신과 대립하던 시의회 의원에게 "부끄러운 줄 알라"며 일침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는 약 29만명으로 고이케 지사(3500명)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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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에서 일하다 4년 전 아키타카타 시장에 당선된 것이 유일한 정치 신인에게 무당파층의 지지가 몰린 것은 그야말로 '이시마루 쇼크'로 볼 수 있다고 닛케이는 강조했다.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과 거부가 이시마루를 지지율 2위 자리에 올려놨다고 부연했다.
이번 선거에서 존재감을 입증한 이시마루 후보는 국정 진출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국정 진출은 당연한 선택지"라며 "신당 창당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밝혔다. 출마 지역으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지역구인 중의원 히로시마 1구를 언급했다.
일본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자민당과 입헌민주당은 오는 9월 각각 총재선거와 대표선거를 앞두고 있고, 내년 여름과 가을에는 각각 참의원·중의원 선거가 치러지는데 이시마루 후보처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에 표가 쏠릴 수 있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이번 도쿄도의원 보궐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하면서 기존 정당들의 위기감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자민당은 9개 선거구 중 8개 선거구에 후보를 내세웠지만 두 명이 당선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