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위하준, 첫 멜로 도전이 이끈 성장 "로코하고파" [인터뷰]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7.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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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판석 감독과 6년만의 만남 "노력이 인정과 보상받는 기분"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2015년 영화 '차이나타운'으로 데뷔한 위하준은 다부진 몸과 강렬한 비주얼로 그간 액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런 위하준이 데뷔 후 첫 멜로물에 도전했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사랑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감정이 일방적이지 않고 쌍방이었던 것은 처음이다. 위하준은 자신에게 더 넓은 연기 스펙트럼이 있음을 증명하는 동시에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많은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달 30일 종영한 tvN '졸업'(연출 안판석·극본 박경화)는 스타 강사 서혜진과 신입 강사로 나타난 발칙한 제자 이준호의 미드나잇 로맨스로 학원 강사들의 다채롭고 밀도 있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대치동에 뛰어든 신입 강사 이준호 역을 맡은 위하준은 작품 종영 이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아이즈(IZE)와 만나 작품과 연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졸업'은 폭발적인 상승 추이를 보여준 건 아니지만, 고정 시청층을 확보한 채 조금씩 상승하며 최종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6.6%를 기록했다. 스스로도 '매 주말을 기다렸다'는 위하준은 '졸업'이 초반부터 치고 나가기보다는 차츰차츰 스며들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전했다.

"안판석 감독님의 작품이 대부분 '슬로'잖아요. 초반부터 빠르게 전개되기보다는 가랑비처럼 점점 젖어 드는 작품이기 때문에 초반에는 지루할 수도 있지만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다시 보면 깊게 빠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주고자 하는 메시지도 분명히 있고요. 그래서 이런 모습은 충분히 예상했어요. 전작('눈물의 여왕')과도 비교가 됐겠지만, 분명히 보면 볼수록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오징어 게임', '최악의 악' 등 강렬한 액션 연기를 주로 선보였던 위하준은 '졸업'을 통해 첫 멜로 작품에 도전했다. 호시탐탐 멜로 도전 기회를 노리고 있던 위하준은 '졸업'을 통해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첫 멜로 도전이 걱정도 되긴 했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성장하는 모습이 극 중 준호와 닮아 더욱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최악의 악'이 끝나고 팬분들께서 멜로 연기를 보고 싶다고 하셨고 저 또한 장르적인 연기를 많이 보여드려서 기회가 되면 멜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 순간 제의를 받았는데 단순히 판타지적인 사랑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일과 사랑이 같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고 공교육과 사교육에 대한 메시지도 확실하게 있더라고요. 거기에 안판석 감독님이 연출도 하시고요. 작품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남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하게 됐어요.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은 됐지만,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서툰 모습이 오히려 준호와 혜진의 표현 방식이라 더 리얼하게 나타난 것 같아요."


위하준은 준호의 성장을 보여주며 멜로 연기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줬다. 충분히 잘할 수 있는데 위하준의 첫 멜로는 왜 이렇게 늦었을까 의문이 생겼다. 위하준은 초창기 의도적으로 멜로보다는 액션을 선택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동시에 '졸업'을 통해 액션의 이미지가 고착화됐다는 사실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어릴 때는 멜로 연기 자체를 못 하겠고 자신감이 없더라고요. 제가 하이틴 스타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중분들께 제대로 보여드린 게 없어서 제가 가진 무기, 경쟁력에 대해 고민했어요. 그랬을 때 액션은 잘할 수 있고 가지고 있는 톤이나 외적인 부분에서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특히 '오징어 게임'으로 많은 분들이 저를 알게 되고, 작품이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제 강점을 보여드리고 각인시켜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 짝사랑을 나름 해서 이런 멜로의 이미지도 나름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졸업'을 통해 오히려 장르적 이미지가 생각보다 많이 구축됐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 걸 놓치고 있었는데 '졸업'을 통해 느끼고 배웠던 것 같아요."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과거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밥누나')를 통해 안판석 감독과 인연을 맺었던 위하준은 6년 만에 안판석 감독과 재회했다. 위하준은 그 사이 꾸준하게 달려온 자신을 칭찬하며 '졸업'을 통해 안판석 감독의 진가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나름 6년이라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신기했어요. 열심히 달려나간 시간에 대한 인정과 보상을 받는 느낌이라 처음으로 저를 칭찬했던 것 같아요. 남들이 봤을 때는 아무렇지 않아야 한다고 보셨을 수도 있는데 속에서는 환호했어요. '밥누나'때는 사실 감독님과 대화할 시간도 없었어요. 제 거를 하기에도 바빠서 여유가 없었거든요. 이번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감독님의 진가를 알게 됐어요. 방송을 보니 더더욱 알게 됐고요. 인간적으로도 감독님으로도 더 많이 알게 된 현장이었어요."



그렇다면 안판석 감독이 위하준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위하준은 '직접적으로 말한 건 없다'면서도 오랜 기간을 촬영하며 들었던 몇몇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때와 지금을 직접적으로 비교하신 건 없지만, 함께 길게 촬영하면서 이야기해 주신 것들이 있어요. 특히 연기적인 부분에서 '너는 희한하다.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리얼함이 있다. 그런 배우는 드물다'는 말씀을 해주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밥누나' 할 때도 '너는 주연할 연기야'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 말씀을 듣고 상당히 벅차올랐거든요. 이번 현장에서는 많이 격려해 주시고 앞으로 주연배우로서 가져야 할 태도 같은 것에 대해서도 조언해 주셨어요."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안판석 감독이 연출한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연상연하 커플의 로맨스를 다룬다는 점이다. 앞선 작품에서는 유아인('밀회')·정해인('밥누나')이 안판석의 연하남으로 주목받았다. 위하준의 연하남은 이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위하준은 '성장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춰 자신의 연하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준호라는 인물은 대본만 봐도 다르거든요. 사건 사고도 벌어지고,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혜진이 힘들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금쪽이 같기도 하고요. 그 과정에서 깨달음을 통해 성숙한 사람, 남자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조금 더 가볍고 통통 튀기도 했는데 너무 그러면 매력이 없을 것 같았어요. 저라는 인물을 통해 조금은 눌러주면서 새로운 남자 주인공이 나온 것 같아요. 판타지적이기보다는 나약하고 부족한 모습도 있지만, 성장하는 모습이 색다르고 매력있었어요."

위하준은 일과 사랑에 있어서 직진하는 준호의 모습을 보며 자신과 많은 것이 닮아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준호가 성장할수록 배우 위하준, 인간 위하준 역시 나란히 성장했다. 위하준 역시 종영 소감을 통해 '더 성장하고 성숙한 나를 만나게 해준 작품'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자라온 환경 20% 정도가 다르다면 나머지 80%는 닮은 것 같아요. 특히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에 있어 직진하고 거침없는 모습이 비슷한 것 같아요. 대본을 볼 때 준호의 행동이 '철없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그렇게 했더라고요. 단지 제가 부정했던 거고요. 그래서 준호가 성장한 만큼 저도 성장한 것 같아요. 배운 게 너무 많아요. 첫 주연이다보니 부담도 느꼈는데 잘 끝냈다는 것에 대한 보람도 있고 준호를 통해 나약하고 못났던 제 모습도 생각하게 됐어요. 저도 준호처럼 아는 척을 하면서 살고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졸업'을 통해 저에게 솔직해지고 조금 더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식이 뭘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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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통해 멜로 가능성을 보여준 위하준의 다음 작품은 '오징어 게임' 시즌2다. 자신을 널리 알린 작품이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오징어 게임' 시즌2를 통해 위하준은 다시 한번 강렬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위하준은 다시 돌아온 황준호 캐릭터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며 앞으로는 조금 더 가벼운 멜로물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어쩌다 보니 지난해와 올해 둘 다 준호로 살았는데, 큰 분량은 아니지만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와서 다시 인사드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해요. 욕심도 있고 아쉬움도 있는데 첫 시즌보다는 조금 더 성숙한 느낌을 보여드릴 것 같아요. 그 후의 차기작은 될 수 있으면 로코를 해보고 싶어요. 조금 더 밝은 톤으로 코미디적인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지금 10년이 됐는데 10년 동안 조금씩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그 연장선을 계속 이어 나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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