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서프라이즈' 삼성전자, 하반기 좌우할 열쇠 'HBM 공급'에 총력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24.07.0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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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36GB(기가바이트) HBM3E(5세대 HBM) 12H(High, 12단 적층) /사진=삼성전자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36GB(기가바이트) HBM3E(5세대 HBM) 12H(High, 12단 적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60,600원 ▼700 -1.14%)의 하반기 실적을 좌우할 열쇠로 HBM(고대역폭메모리) 경쟁력 확보가 꼽힌다.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의 평균판매단가 상승을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을 내면서 메모리 1인자의 귀환을 선언할 마지막 퍼즐로 AI(인공지능)반도체가 남았다.

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은 엔비디아에 HBM을 하루라도 빨리 공급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글로벌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으로, 현재 삼성전자의 HBM3(4세대 HBM), HBM3E(5세대) 8단과 12단을 퀄(품질) 인증 중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부터 HBM3E 12단 양산에 들어간 것이 HBM 공급 속도를 더욱 끌어올리는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 에서 "2분기 중 HBM3E 12단을 양산할 것"이라 공언했다. 예정대로 양산을 시작했지만 마냥 웃긴 어려운 상황이다. 제품을 개발하고 수율(양품 비율)을 올리기 위해선 생산 라인을 돌리는 것이 당연한만큼 양산 자체는 유의미한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양산한 제품을 제 때 파는 것이 관건이다.

특히 HBM은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쌓아두고 파는 범용 제품이 아니어서 생산 즉시 판매로 연결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공급 계약을 하기 전 만들어진 HBM3E가 곧 재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최대한 신속하게 HBM3E를 납품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웨이퍼 투입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통상 3~4개월이 걸리는만큼 삼성전자는 그 사이 퀄 인증을 받고 재고를 최대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퀄 통과와 공급 시점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있다. AI 가속기가 '없어서 못 파는'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캐파(CAPA, 생산능력)가 가장 큰 삼성전자가 HBM3E를 공급하는 것이 절실하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만으론 공급 물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 HBM3와 HBM3E, 차세대 HBM4 기술 개발팀을 'HBM 개발팀'으로 묶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전영현 부회장이 DS부문장을 맡은지 한달만에 이뤄진 것으로, HBM 전담 조직을 한층 더 강화하겠단 의도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 공급을 시작하면 하반기 실적은 상반기에 이어 더욱 날개를 달 전망이다. HBM은 범용 메모리보다 수익성이 5배 안팎으로 더 높다. 물량이 납품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수주 대금이 매출에 포함된다. 삼성전자가 2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부문별 세부 실적을 밝히진 않았지만, 증권가는 DS부문이 6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은 구형인 HBM2(2세대)와 HBM2E(3세대)에서 대부분 나온다. 2분기 HBM으로 인한 수익이 크지 않음에도 DS부문이 전체 영업이익(10조4000억원)의 절반을 넘겼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양산이 곧 판매는 아니다. 엔비디아 공급 전엔 삼성전자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HBM3E를 만드는 셈"이라며 "최대한 빨리 HBM 공급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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