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따뜻하고 행복한 사회를 위한 법제

머니투데이 이완규 법제처 처장 2024.07.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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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규 법제처장이완규 법제처장


지난해 9월 전라북도 전주시의 한 빌라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40대 여성 A씨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생후 18개월의 아이를 홀로 두고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A씨는 건강보험료와 가스요금 등을 수개월 납부하지 않아 지난해 7월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명단을 통보받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A씨 빌라의 동 번호 및 호수를 정확히 몰라 면담할 수 없었고 그로부터 약 2주 후 A씨가 사망했다.

현행 주민등록법 시행령에 따르면 빌라와 같은 '다가구주택'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달리 주민등록 관계 서류에 반드시 건축물의 이름, 동 번호 및 호수를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 이로 인해 복지가 긴급하게 필요한 사람의 정확한 주소를 확인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법제처는 민생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조치원읍의 한 다가구주택을 방문했다. 방문한 다가구주택은 1개 동으로 이뤄져 있었고 전입신고할 때 호수의 기록을 신청하지 않으면 주민등록 관계 서류에 호수가 빠진 채로 주소정보가 기록·관리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지자체 공무원에 따르면 사회복지 지원 대상자가 건축물의 이름, 동 번호 및 호수가 기록되지 않은 다가구주택 등에 거주하는 경우 지원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법제처는 불명확한 주소정보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주민등록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사했으며 오는 29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다가구주택 등에 대해 건축물의 이름, 동 번호 및 호수를 기록하게 하고 호수가 없는 경우에는 층수를 기록하도록 했다. 또한 전입신고할 때 다가구주택 등의 이름, 동 번호 및 호수를 작성하도록 전입신고서 서식도 개선했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독사 발생 건수는 2017년 2412건에서 2021년 3378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독사를 줄이기 위해서는 위 개정 사례와 같이 복지서비스 전달 체계의 미비점을 수시로 점검하고 복지정책 전반을 지속적으로 개선·보완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헌법은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 등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의 전문,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 사회적 기본권의 보장 규정,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에 관한 규정 등에서 '복지국가'를 실현할 책무를 국가에 부여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라는 국정목표 아래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 구현' 등의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법제처도 지난해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모자가족 또는 부자가족뿐만 아니라 조손가족, 외국인 한부모가족 등도 주택임대차분쟁 조정신청 수수료 면제, 평생교육이용권 우선 신청 등의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으로 6개 대통령령을 일괄정비하는 등 국정과제 실현에 힘을 보태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정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제처는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고 국민 누구 하나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도 관련 법령을 지속적으로 개선·보완해 나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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