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조기 총선에서 제1야당인 노동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압승, 14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잇따른 스캔들 등으로 민심을 잃은 집권 보수당은 창당 이래 최악의 선거 결과를 맞았다. 사진은 4일(현지시간) 진행된 조기총선이 출구조사 결과를 띄운 BBC 전광판./AFPBBNews=뉴스1
5일(현지시간) AFP통신·파이낸셜타임스(FT)·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전날 영국에서 임기 5년의 하원의원 650명을 선출하는 조기총선을 실시한 결과 노동당이 410석으로 과반을 훨씬 웃도는 의석 확보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리시 수낵 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은 131석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정권 심판만을 기다렸다"…중도좌파 '노동당' 압승
영국 보수당을 이끄는 리시 수낵 총리가 5일(현지시간) 자신의 지역구인 노스요크셔에서 총선 패배를 인정했다. /로이터=뉴스1
우파 정당이 약진하는 시기에 영국은 중도 좌파적인 정당으로 돌아섰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FT는 진단했다. 또 이번 선거로 영국 국민들이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났으며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반향을 불러일으킬 사건이라고 의미를 더했다.
"브레그렛" 외치는 영국인들…보수당 참패 요인은
키어 스타머 대표는 노동당 역사상 일곱번째 총리가 될 예정이다. 이날 수낵 총리가 찰스 3세 국왕을 만나 사의를 표명하면 스타머 대표가 공식 총리로 취임하게 된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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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로 알려진 수낵 총리는 조기 총선을 선언하며 영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을 강조했지만 유권자들은 보수당의 경제 정책에 낙제점을 줬다. FT·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의 실질임금은 1970~2007년 두 자릿수 상승세를 지속했으나 보수당이 집권한 2010년대 들어 0%대에 그쳤다.
국가 재정을 수습하겠다며 공공지출을 대폭 삭감한 것이 의료 등 공공서비스 악화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한때 유럽에서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자랑하던 영국에서 진료·수술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해 환자들의 생명이 위협받는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세금 부담은 계속 늘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영국 싱크탱크 재정연구소(IFS)에 따르면 현재 영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정부 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36%로 1948년 이후 76년 만에 가장 높다.
2021년부터 기울어진 지지율…정권교체는 수순이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파티 스캔들,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재정정책 실책 등 앞선 행정부의 문제도 정권 심판론이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2021년 하반기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 때부터 노동당이 우세하고 보수당이 밀리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사진은 존슨 전 총리/AP=뉴시스
보수당 인사와 당직자들이 조기총선 날짜를 두고 도박을 했다는 스캔들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사건이 됐다. 보수당이 다급하게 내세운 감세·반이민 정책 등 공약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고 FT는 짚었다.
한편 스타머 대표는 노동당 역사상 일곱 번째 총리가 될 예정이다. 이날 수낵 총리가 찰스 3세 국왕을 만나 사의를 표명하면 스타머 대표가 공식 총리로 취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