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제니퍼 코넬리 VS 빛나는 솔로, 당신의 선택은? '30일의 밤'

머니투데이 정명화(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7.0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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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베스트셀러를 드라마화한 애플TV 시리즈

사진=애플TV+사진=애플TV+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둔 가정적인 중년의 남자가 어느날 밤 의문의 남자에게 납치를 당한다. 복면의 괴한은 남자에게 묻는다. "현재의 삶이 만족스러운가"라고.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내면의 깊은 곳에서 지금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 남자는 한순간 정신을 잃는다. 깨어난 곳은 자신이 살던 세상과 비슷한듯 닮아있지만, 모든 것이 달라져있다. 늘 가던 단골술집의 바텐더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남자의 기록에는 아내도 아들도 없는 미혼이다. 자신의 정신이 온전하다는 것은 오랫동안 끼어온 결혼반지의 흔적이 남은 손가락 뿐. 남자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돌아가고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이 세상에 던져진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애플TV를 통해 지난달 마지막 에피소드 9화까지 공개된 '30일의 밤(Dark Matter)'는 전세계적인 동명의 유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블레이크 크라우치의 소설 '30일의 밤'은 100만부가 넘게 판매되며 큰 반향을 불러모은 작품이다. 평행이론, 양자물리학, 중첩 이론 등을 신선한 아이디어와 접목시킨 SF 스릴러 장르로, 영상화에 큰 기대를 모아온 작품이기도 하다.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로 선보인 '30일의 밤'은 조엘 에저튼, 제니퍼 코넬리, 앨리스 브라 등이 주연을 맡아 섬세하고 극적인 연기로 몰입감을 더해준다. 평행이론과 멀티버스, 양자 역학, 도플갱어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심심찮게 볼 수 있었지만, '30과일의 밤'은 9화의 러닝타임을 통해 보다 풍성한 이야기와 과학적 가설, 누구나 한번쯤 그려보았을 상상 속 세계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사진=애플TV+사진=애플TV+


평화롭고 일상적인 이야기로 시작된 1화는 점점 더 혼란스럽고 극적인 반전을 거듭하며 이후 에피소드를 궁금하게 만든다. 드라마틱한 원작을 흥미롭게 각색한 시나리오는 주연배우들의 호연을 업고 몰입감과 함께 등장 인물들의 상황과 감정에 이입하도록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끊임없이 선택을 요구하고 이에 대한 결과물을 받아들며 주인공의 상실감과 혼란스러움에 함께 빠져드는듯, 가상체험이나 게임같은 동질감을 경험하게 해준다.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내가 현재 나의 삶을 빼앗으려 한다면, 그리고 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무수히, 어쩌면 무한으로 존재하는 다른 세상의 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또 내가 한 선택들이 모여 현재를 만들어내고 또 다른 선택이 그 현실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다면. 드라마는 수많은 질문과 가설을 던지며 보는 이를 점점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한편, 상상과 기대 이상의 반전으로 흥미를 더한다.

사진=애플TV+사진=애플TV+

무엇보다 작품 속 수 많은 나, 내가 모르고 있던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나를 완벽하게 연기한 배우들은 오랜 연륜만큼 안정적인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며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다. 예상치 못한 결과와 맞닥뜨리는 혼란스러움 속에 가족을 향한 애정과 집념을 잃지 않는 주인공을 비롯해 1,2,3의 제이슨을 모두 같지만 다른 인물로 만들어낸 조엘 에저튼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여기에 가정적이고 순종적인 아내,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유명 화가, 가정폭력의 공포에 떠는 여자, 치명적인 감염병에 걸려 죽어가는 모습 등 다양한 캐릭터의 다니엘라를 연기한 제니퍼 코넬리 등 배우들의 호연이 빛나는 작품이다.

나의 심연 속 상상 속 세상으로 이동하는 박스 안에서 혼돈과 두려움에 떠는 제이슨은 우리가 살면서 매번 만나게 되는 선택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30일의 밤'은 복잡한 과학적 지식이 아니더라도 지적인 호기심과 스토리텔링의 갈증을 충분히 해소시켜줄 세련된 SF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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