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한 돌가루 코팅...튼튼하지만 무거워
같은 '해리포터 : 마법사의 돌' 책인데 미국 원서는 207g, 한국 책은 299g이었다. 거의 50% 차이가 난다. 미국 원서는 한국 책보다 페이지가 많은데 무게는 가벼웠다. 종이 때문이었다./사진=김성진 기자.
최근에는 석회 가루 코팅을 하는 건 책의 가독성보다 '보존성'을 위해서란 해석이 더 힘을 얻는다. 석회 코팅을 하면 종이가 오래간다. 습기나 공기 중 산소, 직사광선에 내구성이 생겨 쉽게 뒤틀리지 않는다. 신문지나 갱지, 미국 원서는 습한 데나 햇볕에 두면 색이 쉽게 변하고 뒤틀린다.
한국 책은 표지에 라미네이트 코팅을 해 빛을 반사한다. 미국 책은 규제상 표지에 라미네이트 코팅을 하지 못한다. 대신 표지도 재활용할 수 있다./사진=김성진 기자.
종이에 손을 벨 우려도 적다. 한국 책은 석회 코팅 때문에 종이가 빳빳하다. 시중의 A4용지에는 손을 자주 베고 만화책과 신문지, 갱지 등은 그렇지 않은 게 석회 코팅을 하고, 안하고의 차이다.
미국 책은 친환경 규제 때문에 대체로 재생지(폐지)를 재활용한 중질지로 만든다. 시커멓고 퀴퀴한 냄새가 나지만 종이자원의 순환을 활성화한다. 한국은 책의 종이에 규제가 없다. 어떤 종이를 쓰는지는 순전히 출판사 몫이다. 중질지가 재생지를 섞어 만들었다고 크게 저렴한 것도 아니라100% 새 종이로 만든 책이 많다. 1톤당 중질지는 약 130만원, 100% 새 종이는 14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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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흰 종이 선호'가 강해 복사용지에 과산화수소 표백량도 외국보다 많다. 또 '반짝이는 표지'를 선호해 대부분의 책이 표지에 '라미네이트' 코팅을 한다. 라미네이트는 약품을 묻힌 비닐을 표지에 열로 붙이는 작업이다. 해당 코팅을 하면 책의 표지가 반짝이지만 재활용을 할 수 없다. 미국은 규제상 라미네이크 코팅을 할 수 없다. 한국은 재활용업체들이 책을 수거하면 표지부터 떼어낸다.
한국의 책은 장식재?한국도 과거에는 서민 도서나 문학 잡지처럼 중질지에 무코팅 종이로 만든 책이 많았다. 요즘에 이런 책이 적은 것은 책을 장식용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책을 사놓고 오래 안 읽어도 형태가 변하지 않아야 하지 않나"라며 "가뜩이나 책 소비가 줄어든 와중에 책을 누리끼리 하게 출간하는 모험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시덕 박사는 "코엑스몰 별마당도서관처럼 책을 읽기 위한 상품이 아니라 장식재와 위신재(소유한 사람이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음을 알려주는 물건)로 간주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최근 책의 장식재로서 역할이 커졌다지만, 미국처럼 무게도 줄이고 재활용 가능성을 키울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