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귀국할 때 돼서야 조태열과 첫 만남…"한중관계 발전 노력"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4.07.0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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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이임 앞두고 조태열 외교장관 예방…후회되는 점 질문에 침묵
싱 대사 지난해 이재명 만나 "中 패배에 베팅하면 반드시 후회" 구설수

이임을 앞둔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4일 오전 조태열 외교부 장관 접견을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 손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이임을 앞둔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4일 오전 조태열 외교부 장관 접견을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 손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이임을 앞두고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예방했다. 지난 1월 10일 취임한 조 장관과 싱 대사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장관과 타국 주한대사의 접견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우리 정부의 4대 외교국으로 꼽히는 중국대사와 6개월 만에 만난 것은 그동안 소원했던 한중관계를 방증한다.

4일 외교부에 따르면 싱 대사는 이날 오전 10시 35분쯤 서울 종로구 청사를 방문해 약 25분간 조 장관과 이임 접견을 가졌다. 싱 대사는 당초 예정됐던 시간보다 3분 가량 늦게 청사에 들어섰고 접견도 5분 늦게 진행됐다.



싱 대사는 이날 접견에서 "앞으로 어디서든 한국에서 느끼게 된 우정을 잘 간직하면서 한중관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싱 대사는 최근 경기도 화성시 리튬전지 업체 화재로 중국인 근로자가 다수 사망한 데 대해 한국 정부가 사망자 장례 절차와 유가족 지원 등을 위해 노력해줬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조 장관은 이에 대해 중국인 피해자에 대한 깊은 위로를 다시 한 번 표했다. 조 장관은 "싱 대사가 한중 수교협상에도 직접 참여했고 지난 4년 반 동안 주한대사로서 수고가 많았다"며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한중관계 우호 증진을 위해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싱 대사, 재임기간 '中 패배에 베팅하면 반드시 후회' 발언 논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4일 오전 조태열 외교부 장관 접견을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싱 대사는 '대사님 부임 이후 한중관계가 악화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등에 대한 질문에 입을 열지 않았다. / 영상=김인한 기자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4일 오전 조태열 외교부 장관 접견을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싱 대사는 '대사님 부임 이후 한중관계가 악화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등에 대한 질문에 입을 열지 않았다. / 영상=김인한 기자
싱 대사는 2020년 1월 제8대 중국대사로 부임했다. 그는 대사 부임 전부터 20년 이상 남북한 대사관을 오가며 관련 전문성을 쌓아온 '한반도 전문가'다. 또 한국어에 능통하고 한국 내 인맥도 풍부해 대사 부임 당시 전문성을 발휘하지 않겠냐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싱 대사는 지난해 6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윤석열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기조를 겨냥해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싱 대사는 관련 발언 이후 대외 행보를 자제했고 우리 정부 인사들과 공식 접촉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싱 대사는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로부터 '대사님 부임 이후 한중관계가 악화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하지 않았다. '활동 중 후회되는 점'에 대해서도 입을 열지 않았다.

싱 대사는 '잘한 점'에 대해선 "양국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했다. 이어 "한중은 서로 편하게 이웃으로서 지내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그런 방향을 두 나라 지도자들께서 이미 잡아놓고 (있기에) 계속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싱 대사는 또 "한국 정부나 각계각층에서 많이 지지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돌아가서 무슨 일을 하든 계속해서 좋은 경험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중한(한중)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태열 '한중관계 복원' 드라이브 속도 날 듯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5월 1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외교부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5월 1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외교부
싱 대사의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후임으로 슝보 주베트남 중국대사, 천하이 주미얀마 중국대사 등이 거론된다. 다만 중국 당국은 후임 대사에 대한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 절차에 돌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후임 대사가 정해질 때까진 팡쿤 주한중국대사관 공사가 대사대리를 맡을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일본·러시아와 함께 우리 정부의 4대 외교국으로 꼽힌다. 중국대사가 교체되면 한중관계 복원에 나서고 있는 정부 정책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 장관은 지난 5월 13일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나 경제협력을 비롯해 문화협력, 양국 고위급 교류 확대 등 한중관계 개선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당시 조 장관은 중국에 껄끄러운 이야기도 허심탄회하게 했고 왕 부장도 관련 언급이 상호신뢰 형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은 그동안 한미동맹과 한중파트너십이 제로섬 관계로 발전하지 않도록 조화를 이루는 게 우리가 추구할 외교·안보·통상 정책의 기본방향이라고 강조해왔다.

전문가들은 중국대사 교체가 최근 한중관계 개선 흐름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의 정상회담 이후 북러 간 밀착이 공고해지자 한국과 관계 개선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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