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시한 넘긴 최저임금…투표행위 방해로 경영계 불참 속 반쪽 회의

머니투데이 세종=조규희 기자 2024.07.0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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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8차 전원회의에 사용자 위원들이 불참, 좌석이 비어 있다. 2024.07.04. /사진=뉴시스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8차 전원회의에 사용자 위원들이 불참, 좌석이 비어 있다. 2024.07.04. /사진=뉴시스


지난달 27일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을 넘긴 가운데, 경영계가 노동계의 투표 방해행위를 이유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회의에 불참했다. 노사 양측이 최저임금 최초 제시안도 제출하지 않은 상황인만큼 논의는 더욱 어렵게 됐다.

최임위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사용자측 위원이 전원 불참했다. 노동계의 투표 방해 행위가 이유다.



지난 2일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측이 주장한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적용에 관한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이 과정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근로자 위원 일부가 이인재 최임위 위원장의 의사봉을 뺏고 투표용지를 찢었다.

투표 결과는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최임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모든 업종에 '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회의 직후 사용자측은 입장문을 통해 "의사결정과정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의사봉을 빼앗고,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들을 상대로 협박을 하고 투표용지를 탈취하여 찢는 등 물리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표결 진행을 방해한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의 행태는 민주적 회의체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행태"라며 다음 회의 불참을 시사했다.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사용자의 지불능력 따라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건 법 취지를 훼손하는 일이기에 그동안 차등적용 논의 종결을 요구했다"며 "그러나 이런 요구에도 7차 회의서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표결로 이어졌고 위원장의 회의 진행방식 반대하면서 의사진행 발언 이어가며 항의하게 됐다. 이런 상황을 발생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일부 투표 방해행위에 대한 공식 사과는 없었다.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한국노총이 업종별 차별적용 표결에 참여한 이유는 업종별 차별적용을 찬성하는 입장이 아닌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기 위한 것"이었다면서도 "업종별 차별적용 표결 과정에서 일어난 일부 노동자위원들의 표결 저지 행동의 절박함은 이해할 수 있으나, 과한 측면이 있기에 노동자위원 운영위원의 한사람으로서도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공익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전원회의 과정에서 있었던 일부 근로자위원의 행태는 있을 수 없는 폭력"이라며 "어떤 조건에서도 의사진행을 물리적 방해하거나 민주적 이행을 훼손하는 행위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최임위원 27명 중 근로자위원 9명과 공익위원 9명 등 18명 참석해 재적의원 과반수가 참석했지만 사용자 위원 전원이 불참하면서 최소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만 남은 상황이라 의결정족수는 중요하지 않은 회의지만 노사 양측은 최초 제시안도 제출하지 않았다. 경영계의 복귀와 양측의 최초제시안을 근거로 최임위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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