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제발 여기서 멈춰"…민주당의원·기부자·유권자 등 돌렸다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4.07.0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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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TV 토론 참패 후 거세지는 퇴진론에 흔들리는 미 대선 정국

지난 6월 27일(현지시각) 미국 마이애미 오버타운 흑인혁신센터에서 시민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TV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AP=뉴시스지난 6월 27일(현지시각) 미국 마이애미 오버타운 흑인혁신센터에서 시민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TV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AP=뉴시스


지난달 첫 TV 토론 참패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퇴진론이 점점 거세지며 대선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가족 등 측근들은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밝혔지만 민주당 안팎에선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들은 바이든의 경선 사퇴 요구 서한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민주당 고액 기부자들은 새 후보를 내세우기 위한 물밑 작전에 돌입했다. '민심의 척도'로 불리는 여론조사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밖으로 더 벌어졌다. 오는 11월 대선까지 4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수일 내에 여론을 뒤집지 못하면 바이든이 용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민주당 의원·고액 기부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 워싱턴DC 의회의사당 전경./AP=뉴시스미국 워싱턴DC 의회의사당 전경./AP=뉴시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파이낸셜타임스(FT)·악시오스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민주당 소속 하원 현역의원들 사이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연판장이 돌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경선 레이스를 중단하지 않고 완주할 경우 11월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할 것이라는 공포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대선과 함께 의회선거(상원 100석 중 34석, 하원 435석)가 함께 치러질 예정이어서 공화당 의원과의 격전이 예상되는 선거구 의원들은 우려가 더 크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의원은 "모두가 바이든의 사퇴를 원하는데 우리는 이 수렁에서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 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트럼프에 패배하기 위해 달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바이든을 대신할 후보를 찾자"는 의원들도 늘고 있다. 라울 그리핼버 의원(애리조나)은 이날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해야 할 일은 그 자리(대통령직)를 지키는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그 책임에는 경선을 중단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전날 로이드 도겟 하원의원(텍사스)에 이은 현역 의원의 두 번째 사퇴 촉구다.

라울 그리핼버 민주당 하원의원(애리조나) /AP=뉴시스라울 그리핼버 민주당 하원의원(애리조나) /AP=뉴시스
민주당 재러드 골든 하원의원(메인)과 마리 글루센캄프 페레스 하원의원(워싱턴)은 직접적으로 사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기게 될 것"이라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바이든의 완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민주당 고액 기부자들도 바이든에 등을 돌리고 있다. TV 토론 하루 뒤인 지난달 28일 미 콜로라도 아스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조찬 행사에서 민주당 고액 기부자 50여명 중 대다수가 바이든이 물러나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자유주의 기부자 단체인 '승리를 위한 길' 회원들은 민주당이 바이든을 두둔하지 말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후보로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싸늘한 민심' 지지율 더 벌어져…바이든 결단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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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시에나대와 공동으로 미국 성인 15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율 41%로 트럼프 전 대통령(49%)에 크게 뒤졌다. 반올림하지 않은 득표율 기준으로 두 후보의 격차는 9%포인트로 오차범위(±3.5%)를 한참 벗어났다고 NYT는 짚었다. 토론 이전 같은 조사에서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6%포인트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등록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율 42%로 트럼프 전 대통령(48%)과 6%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조사에선 두 후보의 격차가 2%포인트까지 좁혀졌는데, TV 토론에서 바이든의 고령 리스크가 부각된 이후 다시 벌어졌다고 WSJ는 평가했다.

"피로 누적 탓에 토론 무대에서 잠들 뻔 했다", "오후 4시까지는 괜찮다" 등 TV 토론 참패 이후 바이든 대통령과 측근들의 다양한 해명이 후보 교체론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도 있다. 토론에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려는 의도였지만 대중들은 바이든의 나이와 건강, 인지력 등이 대통령 수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 꼴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기부자, 유권자 등이 한 목소리를 내는데도 바이든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끝까지 완주한다는 입장이다./AP=뉴시스민주당 의원들과 기부자, 유권자 등이 한 목소리를 내는데도 바이든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끝까지 완주한다는 입장이다./AP=뉴시스
민주당 의원들과 기부자, 유권자 등이 한 목소리를 내는데도 바이든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끝까지 완주한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해리스 부통령, 백악관 직원, 민주당 소속 주지사 및 의원, 캠페인 스태프들과 회의를 통해 대선 레이스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를 포기할 가능성을 측근에게 언급했다고 보도했지만, 백악관은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외신들은 바이든이 사퇴 여부를 결정할 데드라인으로 오는 8일을 꼽고 있다. 하원이 독립기념일(7월 4일) 휴회를 끝내고 9일 열리면 바이든의 거취 논의가 급물살을 타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대선까지 4개월 밖에 남지 않은 만큼 바이든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사퇴해 다른 후보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은 다음 달 19~22일 시카고에서 대선 후보 확정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에 앞서 이달 21일쯤 화상으로 대선 후보 선출을 먼저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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