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아산병원 신관 복도에서 고범석 유방외과 교수가 한산한 복도를 바라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이 이날부터 진료 축소·재조정에 돌입한 가운데 그는 환자와 전공의, 병원 구성원에 미안한 마음에 지난달 23일부터 단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은 다른 날과 다름없이 환자로 붐볐다. 신관 어린이병원, 동관 신장내과 등 주요 진료과는 물론 서관 채혈실도 대기자가 많아 줄을 서야 했다. 남편의 뇌종양으로 입원 치료를 위해 경상도에서 올라왔다는 70대 유모씨는 "의사들 휴진한다는 소식에 불안했는데 바로 입원 수속을 밟으라고 한다. 천만다행이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동관 1층에서 신규 환자를 접수하는 '처음 오신 분' 창구는 사람이 없이 한산했다. /사진=박정렬 기자
어렵게 이달 중순 외래 진료를 예약했지만, 양씨는 지난달 말 갑자기 내년 3월 초로 미뤄야 한다는 상담원의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문제가 있으니 빨리 큰 병원에 가서 검사·치료하라는 말에 두 달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번엔 8개월을 더 기다리라고 한다"며 "내년에도 또 미뤄질 수 있다는데 의사 얼굴도 보지 못하고 암으로 죽으라는 것이냐"고 울분을 터트렸다.
양씨와 같은 신규 환자는 재진 환자보다 더 많은 의료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비대위 등에 따르면 현재 진단을 책임지는 영상의학과와 사실상 수술을 관장하는 마취통증의학과가 전공의 이탈로 업무 부담이 커지면서 교수들마저 '조용한 사직'으로 병원을 떠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영상 결과를 판독할 영상의학과 의사가 부족하니 신규 환자를 진단하고 싶어도 검사를 진행하기 어렵다. 외과 의사가 수술하려고 해도 환자 안전을 책임질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적으면 진행하기 힘든데다, 수술 전후 입원 환자를 관리해줄 전공의도 병원을 떠나 기존 환자의 치료만으로도 남은 의료진이 허덕이는 실정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4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환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부터 중증과 응급환자만 받는 등 진료를 축소 및 재조정하며 정부와의 '장기전'에 돌입했다. 2024.7.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이날 병원에서 만난 고범석 유방외과 교수는 지난달 23일부터 환자·전공의, 병원 구성원에게 미안한 마음에 단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정해진 수술은 커피를 마셔 컨디션을 끌어 올린 후 모두 시행한다고 했다. 이틀 전에도 그는 수술 5건을 집도했다. 고 교수는 "진료 축소·재조정은 전공의가 돌아오기 전까지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