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위기' 파멥신, 한달 새 세번째 유증…매출원 확보 여전히 불투명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4.07.0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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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 타이어뱅크 등 260억 유증 추가 지원…최근 한 달간 350억 충당
1분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 55억 불과…유동성 확보에 증시 잔류 희망 불씨

'상폐 위기' 파멥신, 한달 새 세번째 유증…매출원 확보 여전히 불투명


상장 폐지 위기에 놓인 파멥신 (2,915원 ▼285 -8.91%)이 한달 새 3번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예정된 납입이 완료될 경우 350억원 규모 자금을 충당한다. 최대주주의 적극적 지원에 운영자금은 확보하겠지만, 매출원 확보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기술수출이 사실상 유일한 방안으로 꼽히는 가운데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이 중단됐다는 점과 최근 10년간 계약이 전무했다는 것은 불안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4일 파멥신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3일 최대주주인 타이어뱅크 등 6명을 대상으로 26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납입 예정일은 오는 17일, 신주상장예정일은 31일이다.



파멥신은 최근 한달 간 3건의 유증을 집중 단행했다. 지난달 12일 타이어뱅크 등 28곳을 대상으로 46억5000만원, 24일 김정규(타이어뱅크 회장 및 파멥신 대표) 등 22곳을 대상으로 43억7000만원의 제3자배정 유증을 결정했다. 첫 유증은 지난달 28일 납입 완료, 두번째 유증 납입 예정일은 17일이다. 납입이 모두 완료될 경우 350억원의 자금을 충당하게 된다.

파멥신은 세포주 개발 및 신규 항체 발굴 등의 연구용역을 통해 지난해와 올 1분기 7500만원, 43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지속된 연구개발비 투입에 상장 이후 매년 1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이어왔다. 1분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5억원으로 매년 100억원 가량이 투입되는 연구개발비를 비롯한 운영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였다.



지난 2018년 11월 코스닥에 상장한 파멥신은 유망 항체치료제 전문기업으로 주목 받았지만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에 임상 환자 모집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경영상황이 급격이 나빠졌다. 지속된 자금난에 지난해 6월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납입 지연 등으로 연말 철회되며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타이어뱅크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지난해 말 50억원 규모 신규 유상증자 납입을 완료하며 최대주주에 등극한 타이어뱅크는 오너인 김정규 회장이 1월 파멥신 대표이사 오르며 경영정상화 작업에 착수했다. 기존 대표이사였던 유진산 창업주는 최고과학책임자(CSO, 부사장)으로 물러났다.

타이어뱅크는 연간 4000억원대 매출액과 600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알짜 비상장 중견기업이다. 때문에 파멥신을 통한 우회상장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왔다. 이는 기존 공시 철회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누적 벌점 15점 초과) 지정에도 파멥신을 향한 후속 투자가 이어진 배경으로 꼽힌다.


파멥신은 지난 1월 거래 정지 이후 지난달 26일 기업심사위원회로부터 상장폐지 심의를 받았다. 이달 24일 이내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개최해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 등이 결정된다. 결과에 불복할 경우 이의 신청을 통해 재심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분기 매출 3억 미만' 추가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유일한 돌파구 기술수출 전망 '흐림'
대규모 자금조달로 상장폐지 심사에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파멥신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5월 분기 매출 3억원 미만(1분기)에 따른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추가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정 매출원이 없는 파멥신 입장에선 주요 파이프라인 조기 기술수출만이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가장 개발이 앞서 있던 올린베시맙의 호주 임상 2상을 지난 4월 자진철회하며 관련 임상을 모두 종료했다. 임상 1상 단계인 항암제 'PMC-309', 안과질환 치료제 'PMC-403' 등 주요 파이프라인을 조기 기술수출 하는 전략으로 선회하면서다.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파트너사 모색에 집중한다는 목표다.

이원섭 파멥신 연구소장은 "현재 회사 경영과 관련해 민감한 시기로 세부적 내용 공개는 어렵지만 PMC-403의 경우 습성황반변성 대상 임상 1상에서 세번째 용량군(3mg) 다회 투여에 대한 안전성 검토위원회(SRC) 승인을 받아 투여 용량군 증량이 결정돼 한 단계 진전된 데이터 확보를 통한 상용화 발판 가능성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 성과가 절실하다는 점에서 시장 평가는 비관적이다. 임상 초기 물질의 기술이전 사례는 다수 존재하지만, 부족한 기술수출 실적은 단기간 내 계약 성공에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파멥신의 마지막 기술수출은 지난 2014년 비공개 파트너를 대상으로 한 올린베시맙의 종양 분야 외 개발 권리 이전이다. 이마저도 아직 비임상 단계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장기간 검증을 요구하는 기술수출 시장에서 영세한 바이오벤처의 무기는 획기적 임상결과 또는 기존 계약 파트너와 쌓은 레퍼런스가 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원개발사가 어떤 사유로든 임상을 중도 포기한 물질의 경우, 시장에서 평가가 우호적이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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