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남 상습침수지 경보체계 만든다…도로 '물고임'으로 위험측정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4.07.0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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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구원 '실시간 도로침수심 모니터링 기술' 시범 운영…강남구 서울 25개 자치구 중 첫 시도

집중호우로 인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파출소앞 대로에 차들이 침수되어 있다.집중호우로 인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파출소앞 대로에 차들이 침수되어 있다.


강남 상습침수지에 실시간 첨단 감시·경보체계가 구축된다. 기존 CCTV(폐쇄회로TV)로 도로 위 자동차 침수 정도를 확인해 침수 위험도를 탐지할 계획이다. 여름철 수해와 관련해 이 같은 재난 대응 경보체계를 구축하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실시간 경보체계가 도입되면 짧은 시간에 쏟아지는 '극한 호우' 상황에서도 사전 대피 등 선진국형 재난 대응이 가능해진다. 기존 대심도 빗물터널, 물막이판(차수판) 설치 등 구조물 중심의 수해 예방대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인명피해를 막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4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연구원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서울시 일부 자치구에서 '실시간 도로침수심 모니터링 기술'을 시범 운영한다. 서울연구원은 주택·교통·환경·안전 등 도시 문제해결을 위해 서울시가 출연한 정책연구기관이다.

이번 실시간 도로침수심 모니터링은 강남구 상습침수구역에 우선 적용한다. 대치역 사거리, 선정릉 익구 2개 지점에 설치된 CCTV 6대를 활용해 영상을 딥러닝(심층학습) 분석을 통해 실시간 탐지한다. 현장 실증을 거쳐 다른 지역으로 확대·적용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도심 하천 역할 하는 도로 침수정도 파악해 재난대응 시간 확보
실시간 도시침수 모니터링 시범운영 개요/그래픽=이지혜실시간 도시침수 모니터링 시범운영 개요/그래픽=이지혜
도시의 하천 역할을 하는 도로의 침수 정도에 따라 지역 내 침수 위험도를 분석하는 게 핵심이다. 큰 홍수가 생기기 전에 작은 하천이 먼저 넘치는 것처럼 도심 침수피해의 '전조현상'처럼 도로 물고임이 먼저 발생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도로침수를 모니터링하면 우선순위를 정해 대피 지역 설정하고, 구조·지원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김성은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도로침수 모니터링은 신속한 대피 및 구조, 도시기능 유지 등 도심지 침수대응을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서울시와 같이 불투수 면적률이 높은 도시지역에서는 도로가 하천과 같은 역할을 한다"며 "지표면으로 유출된 빗물이 도로를 따라 빠르게 집중되면서 저지대에 위치한 대로를 중심으로 침수가 시작·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침수 위험도는 도로 위 자동차 타이어를 기준으로 측정한다. 기존 CCTV 영상에서 자동차를 탐지해 침수 깊이를 5단계로 설정·분석한다. 침수 깊이 단계는 △노면이 젖은 수준(레벨0) △발목이 잠기는 깊이(레벨1) △반무릎 정도 잠기는 깊이(레벨2) △무릎까지 잠기는 깊이(레벨3) △무릎 이상 깊이(레벨4)로 구분된다. 만약 침수 위험도 레벨2가 되면 도로 위 자동차는 타이어 중심축 정도까지 잠긴다. 승용차나 버스 모두 주행은 가능하지만, 정차 시에는 기기 이상이 생길 우려도 있다. 레벨3이 되면 대형차는 주행이 가능하지만, 일반 승용차 등은 흡기구로 물이 유입되면서 주행이 어려워진다.


서울시 내 기존 CCTV를 활용하면 추가적인 계측장비 설치없이 바로 서울 전역의 침수 위험도를 실시간 분석·예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기존 예상을 뛰어넘는 극한호우 같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기존 구조물 중심의 수해대책 방안과 병행한 재난대응 체계에 대한 도입·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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