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잘딱깔센' 이은지가 요즘 대세인 이유

머니투데이 신윤재(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7.0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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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오른 예능감으로 종횡무진 활약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언제부턴가 예능인의 나이가 많아졌다는 하소연이 들린다. 그렇다. ‘유강신’이라 불리는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모두 50줄을 넘었고 전현무, 박나래도 40줄을 돌파했다. 세간의 유행은 갈수록 ‘MZ세대’ 위주로 돌아가는데, 방송가에서는 MZ의 취향과 유행을 반영하는 캐릭터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개그우먼 이은지의 가치가 빛나지 않나 싶다. 이은지는 ‘코미디빅리그’에서 쌓은 연기력을 바탕으로 하나둘씩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스튜디오와 야외, 해외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출몰하고 있다. 과연 그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알잘딱깔센’!



# 알

알아서 움직인다. 이은지는 7월 현재 3개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이다. tvN 예능 ‘밥이나 한잔해’, SBS Plus 예능 ‘리얼 연애실험실 독사과’ 그리고 6월18일 공개된 넷플릭스의 ‘미스터리 수사단’ 고정 플레이어다. 올해 상반기로 넓히면 활약이 대단하다.



TV조선 ‘미스트롯 3’의 마스터로 활약했으며, ENA ‘구독왕’을 진행했다. MBC ‘장안의 화제’를 진행했으며, 6월21일 tvN과 채널 십오야에 공개된 ‘지락이이 뛰뛰빵빵’에 출연했다. 본업인 코미디 프로그램을 비롯해 쇼 버라이어티, 스튜디오 토크, 야외 게임에도 능하다. 그리고 자신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끊임없이 부캐릭터를 선보이기도 한다.

사진='밥이나 한잔해' 방송 영상 캡처사진='밥이나 한잔해' 방송 영상 캡처
# 잘


잘한다. 많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은지의 역할은 다채롭다. ‘밥이나 한잔해’에서는 예능 MC 경험이 많지 않은 김희선을 보좌해 김희선이 끌어온 토크 주제를 펼치는 재주가 있다. ‘독사과’에서는 공감과 함께 연애심리를 파고드는 날카로움을 보여준다.

‘지락이의 뛰뛰빵빵’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뿅뿅 지구오락실’의 세계관에서 출발한 ‘지락이의 뛰뛰빵빵’에서 이은지는 출연자 중 가장 연장자다. 맏언니지만 동생들과 섞이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넷 중에서 아이돌이 아닌 이영지와 함께 대놓고 망가지는 포지션을 택한다.

하지만 ‘밥이나 한잔해’에서는 막내뻘이다. 김희선과 이수근을 따라가며 보좌한다. 맏언니 포지션에 놔도, 막내 포지션에 놔도 곧잘 어울린다.

# 딱

딱 상황에 맞는 여러 개인기를 선보인다. 사실 ‘알잘딱깔센’ 역시 ‘지구오락실’에서 나영석PD가 ‘알잘깔딱센’으로 잘못 써온 문구를 이은지가 예리하게 발견하면서 시작했다. 초반 tvN ‘코미디빅리그’에서 댄스스포츠 선수 출신의 날랜 움직임을 보였던 그는 춤이 장기다. 그래서 ‘지구오락실’에서 쉬는 시간 나PD가 이들을 풀어놨더니 숏폼 콘텐츠를 진심으로 찍던 모습은 여기서 비롯됐다. 다들 가수인 동생들에 비해 밀리지 않는다.

사진='지락이의 뛰뛰빵빵' 방송 영상 캡처사진='지락이의 뛰뛰빵빵' 방송 영상 캡처
그리고 딱 잘 웃는다. 이은지가 들어간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이은지의 리액션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제때 터지는 이은지의 웃음소리는 굳이 연출자가 ‘인공 웃음소리’를 넣지 않아도 될 정도로 크고, 사실적이다. 연기도 그렇듯, 예능의 기본도 리액션이다. 이은지의 웃음은 예능 촬영장에 활력을 준다.

# 깔

깔끔하다. 웃음의 코드에서 비하나 자학, 공격의 의도는 없다. 오히려 상황에서 나오는 공감대로 웃음을 주는 편이다. 그의 공감대는 오히려 그가 부족했던 프로그램에서 빛나기도 했는데, 넷플릭스 ‘미스터리 수사단’에서 이은지는 유독 겁을 먹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정종연PD의 연출작인 ‘미스터리 수사단’에서는 말 그대로 ‘마네킹’으로 불리는 더미 시체들이 다수 있었는데 이은지는 이 싸한 풍경 때문이었는지 특유의 넉살이 많이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이용진을 꼬박꼬박 ‘선배님’이라고 부르며 세 동생 혜리, 카리나, 김도훈을 챙기고 아우르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웃음 코드는 공격이 아니라 스스로 망가지는 부분이었으며, 상황에 따른 아이러니함을 소재로 삼는다.

'미스터리 수사단', 사진=넷플릭스'미스터리 수사단', 사진=넷플릭스
# 센

센스있다. 토크 프로그램에 나오면 그의 센스는 빛을 발한다. 이른바 ‘낄끼빠빠’라고 하지 않는다. 낄 때는 끼고, 빠질 때는 빠지는 토크로 프로그램을 보좌한다. 아직 30대 초반, 그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은 없을지언정 그를 빼고 요즘 예능판을 짜긴 쉽지 않다.

그리고 다양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그의 연기력도 볼 수 있다. ‘피식대학’ 채널에서 과거 인기가 있었던 ‘05학번 이즈 백’ 콘텐츠에서도 마치 ‘길건’을 떠올리는 듯한 패션의 ‘길은지’로 분했는데, 천연덕스러운 연기력은 상황극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그는 실제 2018년 MBN ‘연남동 539’에서 카메오로 출연했으며, 웹드라마 ‘지상천하’에 출연하기도 했다. ‘코미디빅리그’를 통해 단련된 연기력 덕분이다.

최근 방송된 ‘밥이나 한잔해’에서 김희선은 이은지더러 “알잘딱깔센”을 외치며 재치있게 자신을 도와주는 부분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지구오락실’에서 나온 표현이라 그러는 건 아니다. 이은지는 현재 예능판에서 이 ‘알잘딱깔센’이 가장 어울리는 예능인이다. 그리고 1990년대생, 진짜 MZ의 호흡을 전할 수 있는 ‘아이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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