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 미국 백화점 체인 눈물의 지각변동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4.07.04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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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스 피프스 애비뉴 모회사 HBC, 니만 마커스 3조6600억원에 인수
백화점업계 '불황형' 인수합병… 자체 매장 키운 명품 브랜드에 눌려

미국 벡화점 체인인 니만 마커스가 보유한 뉴욕 버그도프굿맨 백화점 외경./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미국 벡화점 체인인 니만 마커스가 보유한 뉴욕 버그도프굿맨 백화점 외경./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


미국의 하이엔드 백화점 체인 니만 마커스가 삭스 피프스 애비뉴의 모회사 HBC에 인수된다. 팬데믹 시기 파산보호 신청을 내고 4년 새 두 번에 걸쳐 주인이 바뀌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쟁 백화점 그룹인 HBC가 니만 마커스를 26억5000만달러(약 3조66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니만 마커스는 댈러스에서 시작해 전국구 백화점인 된 미국의 백화점 체인 기업으로 팬데믹 기간 매출 저하 여파로 2020년 5월 '챕터11'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현재는 아레스 매니지먼트와 캐나다 연기금 운용위원회가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HBC는 니만 마커스를 인수해 신규법인 HBC 글로벌을 설립하고 삭스 피프스 애비뉴와 합병, 지분 일부를 아마존이 투자해 온라인 쇼핑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번 인수 계약은 이미 양사 이사회를 통과해 공식 발표만 남겨두고 있다.



오랜 경쟁업체인 두 회사 모두 팬데믹 기간 백화점 매장을 찾는 고객이 급감하고 럭셔리 브랜드들이 자체 플래그십 매장을 키우면서 수년간 고군분투해왔다. 합병 시 연매출은 100억달러. 그러나 럭셔리 브랜드 명가인 루비뷔통모에헤네시(LVMH)의 연매출 940억달러의 9분의 1이 채 안 된다. 명품 유통을 좌지우지하던 과거 명성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한 입지다. 두 회사는 100여 년 전 설립 이후 유럽의 명품 브랜드를 까다로운 미국 쇼핑객들에게 소개한 리테일 개척자였다.

그러나 HBC가 2019년까지 보유했던 로드앤테일러 백화점은 2020년 파산 신청했고 이듬해 소매 지점을 폐쇄했다. 현재는 온라인 판매만 한다. 메이시는 150개의 매장을 닫고 현재 행동주의 투자자의 경영권 공격을 막기 바쁜 상황이다.

백화점업계는 팬데믹 충격이 가시자 이제 인플레이션의 직격타를 맞고 있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명품 지출은 2022년 대비 8%가 줄었다. 소비자들은 높아진 물가에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며 지갑을 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삭스 피프스 애비뉴와 니만 마커스가 합병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대형 공급업체와 보다 유리한 조건을 협상할 수 있고 중복 비용을 제거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거래 완료 후 매장을 폐쇄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아마존이 합병 후 신규 법인인 HBC 글로벌에 지분 일부를 투자한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합병회사에 기술과 물류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세일즈포스도 HBC 글로벌 지분을 일부 인수한다. 삭스 피프스 애비뉴는 이미 두 기술기업과 협업하고 있어 이번 거래가 기존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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