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원수 갚고 따라갈게"…단역배우 자매 사건, 애절한 '육성편지'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4.07.0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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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역배우 자매 사건의 친모 장연록씨가 두 딸을 향해 육성 편지를 남겼다. /사진=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 갈무리 단역배우 자매 사건의 친모 장연록씨가 두 딸을 향해 육성 편지를 남겼다. /사진=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 갈무리


이른바 '단역배우 자매 사건' 친모가 "원통함을 풀고 따라가겠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 3일 한 유튜브 채널에는 '우리가 돕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집단 성폭행 피해를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두 딸의 친모 장연록씨 육성 편지가 담겼다.



장씨는 "큰딸은 보물 1호, 작은딸 보물 2호. 내 옆에 없지만 항상 사랑한다"며 "작은딸이 엄마는 강하니깐 원수 갚고 오라고 했다. 꼭 원수 갚고 갈 테니 그때까지 잘 지내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보물들 맨날 보고 싶다. 밤이 되면 미친 듯한 느낌 받을 데 있다. 갑자기 너무 그립고 보고 싶다"며 "가슴은 365일 따갑고 아프다"고 했다.



딸을 잃은 장씨는 홀로 1인 시위를 비롯해 유튜브 등을 통해 가해자들 엄벌을 촉구해오고 있다.

이와 관련 장씨는 "남들은 여태껏 혼자 싸웠다고 하는 데 아니다. 많은 분 응원이 있어 이날이 온 것"이라고 지지해준 이들에 대한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해당 음성을 공개한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자매 어머니는 현재 가해자들로부터 많은 고소를 당해 집까지 팔게 됐다"며 "혼자 싸워왔지만 공론화조차 어려웠다"고 했다.


이어 "물질적 도움도 좋지만 일단 사건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며 "제발 도와달라. 무서워 말고 가해자들에 대해 제보해 달라"고 호소했다.

단역배우 자매 사건은 2004년 8월부터 11월까지 단역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성 A씨를 단역 반장 등 남성 4명이 성폭행하고 8명이 강제 추행한 사건이다. 단역배우 집단 성폭행 사건으로 불리기도 한다.

A씨는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오히려 A씨에게 2차 가해를 가했다. A씨는 이를 견디지 못해 고소를 취하했다.

이후 A씨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2009년 8월 28일 18시 18분 18초 건물 18층에서 투신자살했다. 세상에 대한 분노의 메시지를 남기고 떠난 것이다. A씨가 죽자 그에게 단역 배우 일자리를 소개해준 여동생도 6일 뒤 같은 방법으로 세상을 떠났다.

두 딸의 잇따른 죽음에 충격을 받은 피해자 부친은 그해 11월 뇌출혈로 사망했다. 가해자들은 고소 취하로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뒤늦게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공소시효가 만료된 상태였다.
단역배우 자매 사건의 친모 장연록씨가 유튜브 채널에 가해자들 신상과 사진 등을 올리며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장연록 갈무리 단역배우 자매 사건의 친모 장연록씨가 유튜브 채널에 가해자들 신상과 사진 등을 올리며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장연록 갈무리
홀로 남은 장씨는 가해자들을 처벌해달라며 1인 시위를 벌였고 가해자들로부터 고소당했다. 검찰 역시 장씨를 명예훼손으로 기소했지만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공권력이 범한 참담한 실패와 이로 인해 가중됐을 장씨 모녀의 고통을 보면서 깊은 좌절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현재도 장씨는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2019년부터는 유튜브 채널을 열어 가해자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며 처벌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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