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혐오시설? "지역경제 살리는 효자"…주민들 반응 '대반전'

머니투데이 청송(경북)=이창명 기자 2024.07.0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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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노믹스가 바꾸는 지역소멸]③경북 청송(종합)

편집자주 흉물 리모델링·님비(기피·혐오)시설 유치와 같은 '혁신적 아이디어(Innovative Ideas)'를 통해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I-노믹스(역발상·Inverse concept+경제·Economics)'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비영리단체(NGO) 등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역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재래시장과 빈집, 발길 끊긴 탄광촌과 교도소, 외면받는 지역축제 등이 전국적인 핫플(명소)로 떠오르면서 지방소멸 위기를 타개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직접 이런 사례를 발굴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교도소 도시? 청송 반전 풍경…'맘스터치'도 터잡고 사람 '북적'[르포]
경북북부 교도소 입구/사진제공=경북북부제1교도소경북북부 교도소 입구/사진제공=경북북부제1교도소


경북 청송군에 가는 길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서울에서 열차로 경북 안동역까지 이동한 뒤 차량으로 다시 40분 정도를 더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도로는 잘 닦여 있지만 오가는 길 주변이 온통 산과 강으로 이뤄져 있다. 이런 절경들 속에 파묻힌 청송군은 동시에 교도소가 들어서기에도 최적의 입지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실제로 청송하면 떠오르는 무시무시한 교도소 이미지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란 선입견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5월에 직접 찾아간 청송군은 오히려 다른 인구감소지역보다 상황이 나아 보였다. 특히 교도소가 있는 진보터미널 주변에 들어선 파리바게뜨와 맘스터치가 활기찬 지역의 분위기를 전해줬다.



맘스터치 경북청송점의 경우 교정시설 근무자들과 가족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원래 인근에서 다른 사업을 하시던 분이 교정공무원분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지점을 냈다고 들었다"며 "본사에서도 각종 시장 분석을 통해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입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경북 청송군 진보면에 들어선 맘스터치 경북청송점 /사진제공=청송군지난해 11월 경북 청송군 진보면에 들어선 맘스터치 경북청송점 /사진제공=청송군


무엇보다 터미널에 붙은 버스 출차 시간표를 보면 예상보다 청송군을 드나드는 유동인구가 적지 않단 걸 확인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한가한 인구감소지역 터미널 풍경과 달리 이곳엔 대기하고 있는 버스들도 많았다. 청송군에서 가장 유명한 281번 버스는 하루에 10차례 운행하는데 매번 교도소 정문을 통과해 들어갔다 나왔다. 교정시설 근무자에게 물어보니 교정공무원과 가족들, 수형자들을 만나러오는 면회객 등이 주로 탄다고 했다.

이렇게 청송군엔 국내 최대 규모의 교정시설이 들어서 있다. 2010년 8월 이후 청송교도소란 명칭은 사용되지 않고, 경북북부제1·2·3교도소, 경북북부직업훈련교도소 등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청송군은 4개 교도소에 더해 주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여자교도소까지 유치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대표적 혐오시설로 분류되는 교도소를 유치하겠단 발상이 낯설지만 청송군에선 이미 교도소가 지역경제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송군 관계자는 "수형자당 연간 평균 5~10명이 면회를 오고, 한 번 면회올 때마다 1박2일 일정으로 잡고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부식으로 제공하는 등 주민들도 교정시설이 지역경제에 주는 효과가 적지 않단 걸 인지하고 있는 상태"고 설명했다.


이는 군청이 자리잡고 있는 청송읍(4901명)보다 교도소가 위치해있는 진보면(6241명)에 주민등록인구(6월기준)가 더 많단 사실이 입증하고 있다. 여기에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유동인구를 따져보면 훨씬 더 많을 수밖에 없단게 현지 군민들의 시각이다. 교도소에서 불과 1.5km 떨어진 곳에 있는 진보초등학교엔 157명(총 10학급)의 학생이 재학중이다. 대부분 교정시설 근무자들의 자녀들이다. 주민등록 인구엔 포함되지 않지만 현재 교정시설 내부엔 비상대기숙소 약 600세대에 총 1200여명(세대당 1~2명)이 생활하고 있다. 사실상 교정시설 안에서 먹고 자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청송군은 최근 교도소 바깥에 교정아파트를 지어 숙소를 외부로 이전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북부제1교도소 관계자는 "현재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출퇴근을 하거나 이곳에서 생활하는 8~9급 신규 교정직 공무원들이 많다"면서 "현재 이들은 청송군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지 않지만 청송군이 유지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도소 세워달라" 주민들이 더 난리…편견 깬 청송, 이유 있었다
윤경희 청송군수/사진제공=청송군윤경희 청송군수/사진제공=청송군
"교도소는 혐오시설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시설이죠."

최근 경북 청송군청에서 만난 윤경희 청송군수는 "오히려 지방 소도시엔 교도소만한 효자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벌써 군수만 세 번째인 그는 이번 민선 8기 들어서부턴 여성교도소 유치를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니고 있다. 이유가 뭘까.

윤 군수는 "보통 수형자 4명당 교정직 공무원 1명이 필요한데 800명 정도 수용 가능한 교도소가 생긴다면 200명 정도의 직원 수요가 신규로 생기는 셈"이라며 "여성교도소를 유치한다면 대부분 여성 교정직 공무원이 올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현재 청송군은 젊은 공무원들이 옮겨오길 주저하는 주거환경이 있는게 사실"이라며 "우선 청년 빌리지를 지어 여성 교정공무원들에게 공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군수는 "침대부터 비데, 인덕션까지 다 갖춰진 최고급 원룸으로 만들어 월 3만~5만원 정도만 받고, 이불하고 밥그릇만 가져오면 살 수 있게 지원할 것"이라며 "'청송에 가서 공무원 할 만하다'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래도 교도소인데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가 있거나 장기적으로 지역엔 부정적인 영양을 미칠 수 있지 않느냐고 묻자 윤 군수는 "오히려 주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유치해달라고 한다"면서 "교도소는 지역에서 생산한 각종 농산물의 가장 큰 거래처 중 하나"라고도 소개했다. 또 "이미 주민들은 교도소가 지역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잘 알고 있고, 오히려 인구소멸지역이란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인구감소와 관련해선 단순히 인구를 늘리는데 중점을 두기 보단 젊은 교정직 공무원들이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단 점을 강조했다. 윤 군수는 "밤에도 활력이 넘치는 도시가 되려면 약 1000명 정도의 젊은 인구가 필요하다"면서 "여성교도소를 유치하면 지역이 더욱 활기 넘치는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청송군의 주민등록인구 수는 지난달 기준 2만3887명이다. 하지만 인근 인구감소지역에 비해 줄어드는 속도가 더딘 편이다. 그는 교도소를 효자로 꼽고 있다. 여기에 최근 유치한 27홀 규모의 골프장과 2500억원 규모의 스마트팜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윤 군수는 "물론 현재 인구에서 더 줄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래서 교도소를 더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것"이라며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청송군에 거주하는 군민들이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인구는 청송군만 줄고 있는게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 급감하고 있는데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걸 인정해야 한다"며 "우리는 대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 청송군의 산업이나 환경 등을 고려하면 3만명 규모의 주민을 잘 사는 지역을 만드는게 최우선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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