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https://thumb.mt.co.kr/06/2024/07/2024070407472898611_1.jpg/dims/optimize/)
'국가 석학'(Star Faculty) 이기명 고등과학원 부원장의 중국행이 단적인 사례다. 이 부원장은 우주의 기원을 연구하는 '초끈이론' 전문가로 국내 이론물리학을 대표하는 학자로 꼽힌다. 2006년 '국가 석학'에 선정됐고 2014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도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을 포함해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왕성한 연구활동을 펼쳤다.
국내에서 연구를 계속할 곳을 찾지 못한 이 부원장은 중국행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왕성하게 연구활동을 하는 '국가 석학'이라도 정년 이후를 고민하고 연구실을 찾아 헤매야 하는 게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나이·국적제한 없이 인재확보에 열을 올리는 중국과 대비되는 모습에 과학기술계에선 우려와 탄식이 터져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AI(인공지능) 및 반도체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관련 인재유출이 심상치 않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인도와 이스라엘에 이어 AI인재 유출이 세 번째로 많은 국가였다. 미국 시카고대 폴슨연구소는 2022년 기준 한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친 AI인재의 40%가 해외로 나간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인재를 데려와도 모자랄 판에 인재를 뺏기는 것이다.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돌아오는 고급 두뇌도 점점 찾기 힘들어진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국내 공학계열 박사학위자 중 외국 박사학위 취득자 비중은 1990년 40%대에서 2022년 5% 미만으로 낮아졌다. 외국 박사학위 취득자의 상당수가 국내로 돌아오지 않고 현지에 머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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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SK, LG 등 대기업들이 해외 채용설명회나 박람회를 늘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럼에도 대기업들은 "인재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하소연한다. 미국·중국 기업들이 파격적인 연봉과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 등을 앞세워 인재를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이 정도니 중소·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의 상황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이유가 파격적인 연봉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R&D(연구·개발) 생태계 활성화라고 강조한다. 인재들이 마음껏 실력을 발휘토록 R&D 인프라를 조성하고 개발한 신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해외에서 일하는 한국인 AI 연구자들이 '귀국을 고려할 만한 조건'으로 연봉보다 '우수한 동료 연구진'과 '연구 인프라'를 우선적으로 꼽았다는 설문결과도 있다.
인구절벽에 앞에 선 대한민국에 인재확보는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다. 인재유출이 기술격차로 이어지면 미래산업의 주도권을 잃고 낙오할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민관정(民官政)이 함께 글로벌 인재 쟁탈전에서 국내 인재를 지키고 해외 인재를 유입할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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