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일본 총리가 3일 일본 도쿄의 일본중앙은행(BOJ)에서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와 함께 새로 발행한 지폐 3종을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최고액권인 1만 엔(약 8만6000원)에는 한국 경제 침탈의 주역인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초상화가 들어가 논란이 일고 있다. 2024.07.03. /AP=뉴시스
3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NHK방송 등에 따르면 일본은행(BOJ)은 이날부터 1000엔, 5000엔, 1만엔 등 화폐 3종을 교체 발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새로운 디자인의 지폐가 발행된 것은 2004년 이후 20년 만이다.
이날 각 지역 은행에는 새 지폐를 먼저 구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새 화폐를 받아 든 사람들은 이를 휴대폰으로 사진 찍어 가족이나 지인에게 보내기도 했다. 사이타마시 주민 마쓰자와씨는 닛케이에 활짝 웃는 얼굴로 지폐를 가리키며 "하루라도 빨리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1만엔권에 초상화가 들어간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일본 메이지 시대 경제 관료를 거쳐 일본 다이이치은행, 도쿄가스 등 500여개의 기업 설립과 운영에 관여해 일본에서는 '현대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러나 그는 구한말 한반도에 철도를 부설하고 일제 강점기 경성전기(한국전력의 전신) 사장을 맡는 등 한반도에 대한 경제 침탈을 주도했던 인물로 꼽힌다. 특히 그가 설립한 일본 다이이치은행이 1902~1904년 대한제국에서 발행한 첫 근대적 지폐 3종에 자신의 얼굴이 쓰여 한국에 치욕을 안겼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새 5000엔 지폐에는 '근대 여성 고등 교육의 어머니' 쓰다 우메코, 1000엔에는 '근대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기타사토 시바사부로의 초상화가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