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문을 하다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정신 나갔다'고 표현했다. 김 의원은 한 총리에게 질문을 하다가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했다"며 "일본은 국토에 대한 야욕을 갖고 있는 나라인데 어떻게 일본과 동맹을 한다고 생각하냐"고 했다. / 사진=뉴스1
이정환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3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동맹이란 용어는 법적인 용어로 한일 사이에 동맹이란 용어를 쓰기엔 부적절하다"며 "정치권에서 용어를 엄정하게 사용하지 않는 풍토 속에서 나온 해프닝으로 동맹 단어 사용을 오버리치(Overreach·도를 넘어)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김 의원은 한 총리를 향해 "모처럼 아주 정확한 이야기를 했다"면서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기 웃고 계시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여당 의원들이 사과하라고 강력 항의하면서 본회의는 파행을 빚었고 결국 정회한 뒤 속개되지 않았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 사진=뉴스1
이 때문에 김 의원이 '한미일 동맹'을 언급한 것 자체가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공론센터) 소장은 "역사적으로 한일 동맹이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민주당 의원이 동료의원을 향해 '정신 나갔다'고 표현하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 것은 의도가 있는 발언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장 소장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되기 위해 지지층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정무적 판단으로 보인다"며 "만약 그런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면 그 목적은 200% 이상은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지지층이 환호했고 김 의원으로서도 충분히 목적 달성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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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다음달 18일 전당대회를 열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선출한다. 최고위원에는 김 의원도 출마를 공식화한 상태다. 김 의원은 '정신 나갔다'고 발언해 본회의 파행 후에도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국민의힘 규탄 메시지를 강하게 내기도 했다.
김 의원의 '한미일 동맹' 발언을 두고 한 경제통상 전문가는 군사안보 분야 동맹은 어렵더라도 '자유주의 동맹'에 기반한 경제·산업 협력 체제를 동맹 수준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유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간 대립으로 '경제 블록화'가 심화하면서 반도체·공급망 등 첨단산업 등의 분야에선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과 동맹 수준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지난달 27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일 산업장관회의 이후 특파원들과 만나 "대외환경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과 같이 신뢰가능한 동맹국 간 경제안보 및 첨단산업 협력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1953년 10월 헌법 제52조에 따라 체결됐다. 또 헌법 제42조에 따라 국회 비준을 거쳤고 제7조에 따라 1954년 11월 발효됐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뒤 대정부질문 파행과 관련해 국민의힘을 비판하고 있다. /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