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차와 경쟁?" 비웃었는데 반전…"막아라" 기술전쟁 본격화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4.07.0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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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싼 것'만이 아닌 중국②

편집자주 창이6호로 대표되는 중국의 발전하는 기술 경쟁력이 미국·유럽 등 전통의 주류 국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하고 유럽과 함께 중국산 전기차 수출을 강하게 압박하는 건 그만큼 중국과 경쟁해야 할 상황임을 느낀다는 의미다. 중국은 제조업 강국을 넘어 '고품질 발전'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한국도 중국을 알아야 앞서거나 이용할 수 있다. 중국의 현 상황과 대응방안을 짚어본다.

4월25일 중국 장쑤성 항구에서 수출 선박 선적을 앞둔 중국 비야디의 전기차 /로이터=뉴스14월25일 중국 장쑤성 항구에서 수출 선박 선적을 앞둔 중국 비야디의 전기차 /로이터=뉴스1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11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BYD)와의 경쟁에 대한 질문에 웃음을 터뜨리며 "그들(BYD)의 차를 봤느냐. 전혀 경쟁자로 보이지 않는다. 훌륭한 제품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12년 뒤인 2023년 4분기 비야디는 테슬라를 꺾고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 업체로 올라섰다.

미국이 지난 5월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유럽연합(EU)이 4일(현지시간)부터 일부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8.1%의 잠정 관세 부과를 시작한다. 중국이 유럽산 돼지고기 등에 대한 보복 관세를 예고한 만큼, 미국 주도의 중국산 전기차 견제가 중국과 서방 간 관세전쟁으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서방은 미국 주도로 이뤄지는 이번 관세 부과 배경을 정부 보조금 지원에 힘입은 중국의 저가 과잉 생산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에 중국산 전기차가 수출되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하며 미국의 관세 부과 초점이 중국산 전기차 수입 차단보다 관련 기술 경쟁력 제한에 있다고 본다. 또 이번 관세 갈등이 전 세계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는 거대 기술 무역 전쟁으로 확산할 거라고 경고한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EU의 잠정 관세를 두고 중국의 첨단기술 경쟁력을 견제하는 미국의 정치적 행보에 유럽이 동참하는 것이라고 진단하며 "세계 3대 경제 대국이 새로운 경쟁 국면에 진입했고, 이는 수십 년간 이어진 자유무역시장 정통성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마티아스 바우어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 이사는 앞서 EU 의회 소식을 전하는 팔러먼트매거진과 인터뷰에서 EU의 이번 조치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동참하는 '정치적' 관세 부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에반 엘리스 미 육군전쟁대 연구교수는 이코노미스트지에 "(전기차 배터리 등) 친환경 기술은 앞으로 세계 경제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국제 에너지와 정보기술 통제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경쟁 심화를 우려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앞서 미·중 기술 전쟁이 전기차 등 세계 첨단산업 무역에 타격을 줘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하는 1조달러(약 1389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대륙별 중국산 전기차 월 수입량/그래픽=이지혜대륙별 중국산 전기차 월 수입량/그래픽=이지혜
일각에서는 미국과 EU가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두고 미세한 온도 차를 보인 만큼 중국 첨단기술 견제를 둘러싼 서방의 분열이 시작됐다며 미·중 패권 경쟁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정치적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최근 중국 방문에서 EU의 잠정 관세와 관련해 "미국, 튀르키예, 브라질의 징벌적 관세와 다르다"며 "EU의 추가 관세는 지난 9개월간 (중국) 보조금 관련 면밀한 검토로 나온 '차별화된 관세"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미국 외교전문매체 디플로맷은 "미국은 (관세 인상으로) 세계 전기차 산업에서 (중국보다) 우위적 위치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지만 유럽은 시장 내 공평한 경쟁 환경을 유지하는 것을 원한다. EU는 중국 전기차 수출의 최대 수혜국이지만, 미국은 아니"라고 짚었다.


EU의 관세 인상 조치가 중국을 전기차 시장에서 완전히 배제하려는 미국과 정반대로 중국의 대유럽 투자를 늘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비야디 등 중국 업체들이 최근 유럽 공장 설립 등으로 생산 현지화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이번 관세 인상이 이런 흐름에 속도를 붙게 할 거란 관측에서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이미 유럽 설립이 계획된 중국 전기차 공장은 8곳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와 미국이 각각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슈퍼301조' 등 서로 다른 규정을 적용해 이번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는 것에 주목했다. 미국 무역법 '슈퍼301조'에는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행위로 자국 산업에 차질에 생겼다고 판단되면 대통령 권한으로 무역 보복 조치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중국산 전기차를 자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반면 EU는 무역장벽 철폐를 위한 노력을 한다는 WTO 규정을 준수해야 하므로 중국산 전기차 유입 전면 차단이 불가능하다.



미국과 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에 대한 세계 각국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미국과 밀접하게 연결된 캐나다는 지난 2일부터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 전 첫 단계인 한 달간의 공개 의견 수렴(협의)에 돌입했다. 반면 독일, 헝가리, 노르웨이, 스웨덴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중국의 무역 보복 가능성과 자국 업체의 중국 사업 타격 가능성 등을 우려해 EU의 잠정 관세 부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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