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5일 중국 장쑤성 항구에서 수출 선박 선적을 앞둔 중국 비야디의 전기차 /로이터=뉴스1
미국이 지난 5월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유럽연합(EU)이 4일(현지시간)부터 일부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8.1%의 잠정 관세 부과를 시작한다. 중국이 유럽산 돼지고기 등에 대한 보복 관세를 예고한 만큼, 미국 주도의 중국산 전기차 견제가 중국과 서방 간 관세전쟁으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EU의 잠정 관세를 두고 중국의 첨단기술 경쟁력을 견제하는 미국의 정치적 행보에 유럽이 동참하는 것이라고 진단하며 "세계 3대 경제 대국이 새로운 경쟁 국면에 진입했고, 이는 수십 년간 이어진 자유무역시장 정통성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마티아스 바우어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 이사는 앞서 EU 의회 소식을 전하는 팔러먼트매거진과 인터뷰에서 EU의 이번 조치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동참하는 '정치적' 관세 부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대륙별 중국산 전기차 월 수입량/그래픽=이지혜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최근 중국 방문에서 EU의 잠정 관세와 관련해 "미국, 튀르키예, 브라질의 징벌적 관세와 다르다"며 "EU의 추가 관세는 지난 9개월간 (중국) 보조금 관련 면밀한 검토로 나온 '차별화된 관세"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미국 외교전문매체 디플로맷은 "미국은 (관세 인상으로) 세계 전기차 산업에서 (중국보다) 우위적 위치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지만 유럽은 시장 내 공평한 경쟁 환경을 유지하는 것을 원한다. EU는 중국 전기차 수출의 최대 수혜국이지만, 미국은 아니"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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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관세 인상 조치가 중국을 전기차 시장에서 완전히 배제하려는 미국과 정반대로 중국의 대유럽 투자를 늘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비야디 등 중국 업체들이 최근 유럽 공장 설립 등으로 생산 현지화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이번 관세 인상이 이런 흐름에 속도를 붙게 할 거란 관측에서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이미 유럽 설립이 계획된 중국 전기차 공장은 8곳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와 미국이 각각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슈퍼301조' 등 서로 다른 규정을 적용해 이번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는 것에 주목했다. 미국 무역법 '슈퍼301조'에는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행위로 자국 산업에 차질에 생겼다고 판단되면 대통령 권한으로 무역 보복 조치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중국산 전기차를 자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반면 EU는 무역장벽 철폐를 위한 노력을 한다는 WTO 규정을 준수해야 하므로 중국산 전기차 유입 전면 차단이 불가능하다.
미국과 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에 대한 세계 각국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미국과 밀접하게 연결된 캐나다는 지난 2일부터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 전 첫 단계인 한 달간의 공개 의견 수렴(협의)에 돌입했다. 반면 독일, 헝가리, 노르웨이, 스웨덴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중국의 무역 보복 가능성과 자국 업체의 중국 사업 타격 가능성 등을 우려해 EU의 잠정 관세 부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