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탕' 잠자던 동료 향해 조준 사격…왕따 해병대원이 부른 '참극'[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4.07.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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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사건 당시 현장 모습./사진=뉴시스사건 당시 현장 모습./사진=뉴시스


'탕탕탕!'

13년 전인 2011년 7월 4일. 인천 강화군에 있는 해병대 제2사단 해안 소초에서 총성이 울렸다. 전역을 9개월 앞둔 김민찬 상병(당시 19세)이 동료 병사들을 향해 격발한 것이었다.

해안가의 작은 막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김 상병은 자신을 괴롭힌 동료들에게 앙심을 품고 조준 사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총격으로 해병대원 4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김 상병은 최연소 사형수가 됐다.



훔친 총기로 동료 병사들 조준 사격…4명 사망
김 상병은 범행 당일 오전 4시20분쯤 잠에서 깬 뒤 아침 식사를 하고, 체력단련장에서 동료 병사와 탁구를 즐기는 등 별다른 것 없는 하루를 시작했다. 7시30분쯤에는 편의점에서 미리 구입해 창고에 숨겨뒀던 소주 한 병을 마셨다.

해안 경계 임무 특성상 오전 8시부터 2시간 동안 다시 잠을 자고 일어난 김 상병은 오전 10시부터 10시20분 사이 상황실이 비어있는 틈을 타 복도에 있던 총기 보관함과 간이 탄약고에서 K-2 소총과 탄약, 수류탄을 절취했다.



이후 창고에서 만난 정준형 이병에게 "A일병을 죽이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김 상병의 입에서는 술 냄새가 났으며 얼굴도 상기된 상태였다고 한다.

정 이병은 김 상병의 범행을 말렸으나 잠시 뒤 "다 죽이고 탈영하자"고 제안했다. 김 상병은 소총에 실탄을 장전하고, 정 이병에게 수류탄을 건네주며 "고가 초소를 폭파하라"고 지시했다.

사건 당시 상황실 앞 총기보관함./사진=뉴시스사건 당시 상황실 앞 총기보관함./사진=뉴시스
오전 11시40분쯤 되자 김 상병은 동료들이 잠들어 있는 생활관으로 가 총을 쏘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무방비 상태로 총격당했다. 김 상병은 B상병에게 최초로 총격을 가했고, 총소리를 듣고 부소초장실에서 나오던 C하사에게도 총을 발사했다.


김 상병은 다른 생활관에 들어가면서 왼쪽 첫 번째 침상에서 자고 있는 A일병에게 3발을 발사했다. 죽이고 싶다고 했던 동료였다. 김 상병은 곧바로 오른쪽 첫 번째 침상에서 자는 D상병에게도 총구를 겨눴다.

이후 그는 오른쪽 두 번째 침상에 있던 E이병에게도 총을 쏘려고 했다. 그러나 E이병은 총성을 듣고 잠에서 깬 상태였고, 선임들이 겁에 질려 떨고 있던 사이 그는 김 상병과 몸싸움을 벌이며 맞섰다.

E이병은 가까스로 김 상병을 생활관 밖으로 밀어낸 뒤 출입문과 창문을 닫았지만, 이 과정에서 하체에 총을 맞아 큰 부상을 입었다. 달아나던 김 상병은 소초장을 복도에서 만나자 "소초장님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당초 범행을 공모했던 정 이병은 막상 총소리를 듣고 겁을 먹어 수류탄을 터뜨리지 못했다. 김 상병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정 이병으로부터 수류탄을 빼앗아 터뜨렸고, 생명에 지장 없는 파편상을 입은 채 검거됐다.

상황이 마무리된 시간은 오전 11시56분쯤이다. 불과 10여분 만에 4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김 상병은 부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후임병들에게도 대우받지 못하는 '기수 열외' 등을 당해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잘못된 군대 문화가 빚은 '참극'…사형수로 복역 중
당시 기수열외는 부대원들이 특정 해병을 지목해 후임병들이 선임 대우하지도, 선임병들이 후임으로 인정하지도 않고 왕따를 시키는 해병대의 잘못된 전통이었다.

김 상병은 "후임병들이 선임 대우를 해주지 않았다"며 "구타, 왕따, 기수열외는 사라져야 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대 내 왕따 문화와 가혹행위에 대한 비판이 일기도 했다.

또 김 상병은 과거 병력이 있진 않았지만, 신병 교육 과정에서 시행되는 인성 검사 결과 성격장애와 불안 등이 확인돼 특별 관리 대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병대의 허술한 총기와 탄약 관리도 도마 위에 올랐고, 사건 발생 부대 연대장과 대대장은 보직 해임됐으며 관리를 소홀히 한 소초장과 상황 부사관은 구속됐다.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됐던 피해자들의 합동분향소./사진=뉴시스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됐던 피해자들의 합동분향소./사진=뉴시스
상관 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상병은 2013년 1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상관 살해죄는 군법에서 가장 중대한 범죄로 분류돼 혐의가 인정될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 선고된다.

당시 재판부는 김 상병이 가혹행위를 당한 것을 상당 부분 인정하면서도 "비정상적이고 고질병적인 해병대 문화와 허술한 총기 관리 실태는 양형 문제로 해결할 부분이 아니다"라며 사형을 확정했다.

범행 시점이 술을 마신 때로부터 3시간 이상 지났던 점과 범행 당일 오후 4시20분쯤 채취한 김 상병의 혈액에서 알코올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점, 총기와 탄약을 절도하는 행위가 신속하게 이뤄진 점 등도 양형에 고려됐다.

범행을 공모했던 정 이병은 상관 살해 방조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에서 범행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어려웠던 점이 참작돼 징역 10년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량이 확정됐다.

우리나라는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다. 김 상병은 현재 경기 이천시 국군교도소에서 사형수로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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