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숫물이 바위 뚫는다더니…사상 첫 1000조 넘긴 펀드시장

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2024.07.0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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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펀드시장 전체 설정액/그래픽=김지영국내 펀드시장 전체 설정액/그래픽=김지영


올해 상반기 국내 펀드시장 전체 설정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겼다. 하반기 금리 인하가 예정돼 있고 투자자들도 상장지수펀드(ETF)와 배당에 관심을 보이는 만큼 추가적인 자금이 유입될 전망이다.

지난 31일 기준 공모·사모 유형을 전부 포함한 국내 펀드 설정액은 1008조1614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보다 126조7375억원 증가했고 반기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기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직접투자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늘었고,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라고 불리던 라임사태와 옵티머스 사태로 펀드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펀드 시장은 꾸준히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펀드 설정액이 처음 집계된 2004년에는 161조원에 불과했지만 2017년 500조원을 넘겼고 코로나 기간에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성장률 또한 두드러진다. 올해 상반기 국내 펀드 설정액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9%로 최근 3년 동안 가장 높았을 뿐 아니라 10년 평균 성장률(8%)도 뛰어넘었다. 국내 펀드 설정액 1000조원 돌파의 일등공신은 머니마켓펀드(MMF)와 ETF다. MMF는 단기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초단기금융상품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회사채 발행이 급증하며 법인 자금이 많이 유입된 것으로 해석된다. MMF는 지난 3월7일 212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지난달 28일 기준 187조원으로 연초 이후 11% 증가했다.



주식처럼 쉽게 매매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ETF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절대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투자의 편리성이 부각된 덕택에 채권형 ETF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며 "국내 채권형 ETF 설정액은 지난해 1월 10조원대 수준에서 현재 40조원대까지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하반기에도 주인공은 ETF…사모도 반등 가능성↑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전문가들은 자본시장 흐름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 펀드시장도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9월부터 금리 인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점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60%고, 현행 수준(5.25~5.50%)을 유지할 가능성은 35%다.

다만 MMF는 상반기 자금이 몰리고 하반기 빠져나가는 계절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는 자산운용사들이 주력하고 있는 테마형 ETF, 액티브 ETF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상반기 반도체 밸류체인, 의료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테마형 ETF를 선보였던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하반기에도 다양한 ETF를 출시할 계획이다.


오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다양한 테마형, 액티브형 ETF 출시가 예상된다"며 "디폴트옵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TDF(타깃데이트펀드), EMP(ETF 자문 포트폴리오) 등에도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면 그간 상승세가 둔화됐던 사모펀드 시장도 되살아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사태를 겪으며 국내 부동산 시장은 서울 주요 지역 오피스를 중심으로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고, 해외에서도 악성 대체투자 물건이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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