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빵왕'의 위기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24.07.0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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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인 SPC그룹 회장./사진=뉴시스허영인 SPC그룹 회장./사진=뉴시스


오너(소유주) 구속, 실적 부진과 인력 유출까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국내 대표 제빵기업 SPC그룹 얘기다. SPC가 이 같은 위기를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는 요새 식품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특히 지난 4월 허영인 SPC 회장의 강제 체포를 기점으로 업계의 관심이 더욱 쏠렸다. 당초 노동조합(이하 노조) 이슈로 구속까진 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았지만, 상황은 예상과 달리 흘러갔다.

영업실적도 SPC의 발목을 잡는다. 대·내외적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연매출 5조원 규모의 SPC 주력 계열사인 파리크라상 영업이익이 계속 떨어지면서 2022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팔아도 남는 게 거의 없다는 얘기다. 프랜차이즈업의 특성상 본사와 가맹점 간 수익에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부진한 실적이다. SPC 내부에선 '자선사업을 하고 있다'는 자조섞인 얘기까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노조 이슈 등 사법리스크로 허영인 회장을 비롯해 황재복 SPC 대표 등이 구속됐고, 본사의 주요 기능을 맡았던 임원들도 SPC를 떠났다. 남아있는 임직원들도 언제 '탈출'해야 하는지 눈치만 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SPC를 퇴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직원들 사기가 떨어지다 못해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회사와 분리를 한다고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7년 전 노조 이슈가 발생했었을 때라도, 이후 끼임 사망 사고 이후라도 적절하게 대응했더라면 이렇게까진 되진 않았을지 모른다. 올해 허 회장이 검찰 수사만 잘 받았더라도 구속은 피했을 수 있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여 해외시장을 개척해 왔고 수년전부터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던 시기에 닥친 위기라 더 안타깝다.



SPC그룹은 비상 경영 체재를 선언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SPC의 위기는 단순히 오너의 구속, 실적 악화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수많은 가맹점주와 고객들의 피해로 돌아온다. 단순히 사업방향이나 실적 개선의 문제를 넘어서 회사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79년 전 빵이라도 배불리 먹게 하자던 창업정신을 다시 되새겨 볼 시기다.
이재윤 머니투데이 기자.이재윤 머니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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