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세워달라" 주민들이 더 난리…편견 깬 청송, 이유 있었다

머니투데이 청송(경북)=이창명 기자 2024.07.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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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노믹스가 바꾸는 지역소멸]③경북 청송

편집자주 흉물 리모델링·님비(기피·혐오)시설 유치와 같은 '혁신적 아이디어(Innovative Ideas)'를 통해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I-노믹스(역발상·Inverse concept+경제·Economics)'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비영리단체(NGO) 등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역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재래시장과 빈집, 발길 끊긴 탄광촌과 교도소, 외면받는 지역축제 등이 전국적인 핫플(명소)로 떠오르면서 지방소멸 위기를 타개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직접 이런 사례를 발굴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윤경희 청송군수/사진제공=청송군윤경희 청송군수/사진제공=청송군


"교도소는 혐오시설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시설이죠."

최근 경북 청송군청에서 만난 윤경희 청송군수는 "오히려 지방 소도시엔 교도소만한 효자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벌써 군수만 세 번째인 그는 이번 민선 8기 들어서부턴 여성교도소 유치를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니고 있다. 이유가 뭘까.

윤 군수는 "보통 수형자 4명당 교정직 공무원 1명이 필요한데 800명 정도 수용 가능한 교도소가 생긴다면 200명 정도의 직원 수요가 신규로 생기는 셈"이라며 "여성교도소를 유치한다면 대부분 여성 교정직 공무원이 올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현재 청송군은 젊은 공무원들이 옮겨오길 주저하는 주거환경이 있는게 사실"이라며 "우선 청년 빌리지를 지어 여성 교정공무원들에게 공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군수는 "침대부터 비데, 인덕션까지 다 갖춰진 최고급 원룸으로 만들어 월 3만~5만원 정도만 받고, 이불하고 밥그릇만 가져오면 살 수 있게 지원할 것"이라며 "'청송에 가서 공무원 할 만하다'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래도 교도소인데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가 있거나 장기적으로 지역엔 부정적인 영양을 미칠 수 있지 않느냐고 묻자 윤 군수는 "오히려 주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유치해달라고 한다"면서 "교도소는 지역에서 생산한 각종 농산물의 가장 큰 거래처 중 하나"라고도 소개했다. 또 "이미 주민들은 교도소가 지역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잘 알고 있고, 오히려 인구소멸지역이란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인구감소와 관련해선 단순히 인구를 늘리는데 중점을 두기 보단 젊은 교정직 공무원들이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단 점을 강조했다. 윤 군수는 "밤에도 활력이 넘치는 도시가 되려면 약 1000명 정도의 젊은 인구가 필요하다"면서 "여성교도소를 유치하면 지역이 더욱 활기 넘치는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청송군의 주민등록인구 수는 지난달 기준 2만3887명이다. 하지만 인근 인구감소지역에 비해 줄어드는 속도가 더딘 편이다. 그는 교도소를 효자로 꼽고 있다. 여기에 최근 유치한 27홀 규모의 골프장과 2500억원 규모의 스마트팜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윤 군수는 "물론 현재 인구에서 더 줄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래서 교도소를 더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것"이라며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청송군에 거주하는 군민들이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인구는 청송군만 줄고 있는게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 급감하고 있는데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걸 인정해야 한다"며 "우리는 대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 청송군의 산업이나 환경 등을 고려하면 3만명 규모의 주민을 잘 사는 지역을 만드는게 최우선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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