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보다 낮은 중소기업 대출금리…은행 대출, 이젠 회사채와 경쟁

은행권, 기업대출 평균 금리 추이/그래픽=이지혜

#지난달 말 지방의 한 중소기업 대출을 유치하기 위해 금리 경쟁에 나섰던 은행들이 A은행이 써낸 금리에 깜짝 놀랐다. A은행이 3%초반의 금리를 제시했다. 1년 정기예금 금리(3.45~3.55%)보다 낮은 금리에 기업금융 담당자들 사이에서 금리를 너무 낮췄다는 반응이 나왔다.

기업대출을 두고 은행권 경쟁이 치열하다. 담보만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파격적인 금리로 대출을 우선 확보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우량 기업 중심으로 대기업이 다시 회사채 시장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면서 대출 경쟁은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국내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평균 금리(신규 취급)는 4.85%로 대기업대출 평균 금리(4.99%)보다 0.14%포인트(P) 낮다. 최근 10년의 기록을 살펴보면 중소기업의 대출 금리는 대기업보다 항상 높았으나 올해 2월부터 역전됐다.

기업의 규모나 신용도 측면에서 대기업보다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대출금리가 더 낮은 이유는 은행권의 대출 경쟁과 담보 중심의 대출 때문이다. 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낮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0.46%P 하락했다.

지난 5월 말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은행권의 중소법인 대출 잔액은 569조8000억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20조1000억원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 증가 규모(20조2000억원)와 맞먹는 규모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기업대출이 약 8조원 늘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과 금리 하락으로 가계대출에서 성장성과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지난해부터 기업대출로 눈을 돌렸다. 일부 은행에서 공격적인 기업대출 영업에 나서자 다른 은행들도 금리를 낮추며 경쟁에 뛰어든 모양새다. 기업대출 관리에 초점을 맞춘 은행도 있지만 경쟁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대기업 대출은 신용대출이 많아서 금리를 낮춰 줄 여력이 적다"며 "하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담보 대출이 많아서 지점 단위에서 실적을 위해 대출 금리를 낮춰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KB국민은행은 영업점에 2분기까지 총 2조2000억원 규모의 전결 한도를 부여했다.


특히 최근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은행권의 기업대출 경쟁은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채 발행금리가 하락하면서 심사과정이 복잡한 은행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보통 기업들은 같은 조건이라면 보증이나 담보 등이 필요 없는 회사채 발행을 대출보다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5일 대한항공(신용등급 A-)이 발행한 2년 만기 회사채의 발행금리는 3.888%로 4개월 전보다 0.518%P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5%를 넘어섰으나 점차 회사채 발행 금리가 안정세를 찾는 모양새다. 지난달 전체 회사채 순발행액은 약 7000억원으로 3개월 만에 순발행으로 돌아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는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 영향도 크다"며 "일부에서 역마진에 가까운 기업대출을 내주는 경우도 있어 몇 년 후 건전성 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