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먼 나라 호주를 이웃 나라로

머니투데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2024.07.0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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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미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국가는 어느 나라일까. 영국? 프랑스? 다 아니고 호주다. 휴스턴에서 시드니까지 비행시간이 17시간 반이나 되지만 호주는 미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다. 할리우드에서도 '토르' 크리스 헴스워스는 '제이슨 본' 맷 데이먼의 절친이다. 호주는 제1차 세계대전과 태평양전쟁에서 미국과 나란히 싸웠다. 한국전쟁, 월남전, 걸프전, 테러와의 전쟁 모두에서 미국에 지상군 병력을 지원했다. 문자 그대로 혈맹이다.

호주는 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와 함께 정보기관 공동체인 '파이브아이즈' 멤버다. 역사가 제2차 세계대전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파이브아이즈의 4개국은 미국 외교에서 1등급 국가로 분류된다.



2021년 9월에 미국, 영국, 호주 3개국만으로 AUKUS라는 안보협의체가 따로 만들어졌다. 파이브아이즈에서 체급이 낮은 뉴질랜드와 프랑스의 측근인 캐나다를 제외했다. 파이브아이즈는 정보동맹이지만 AUKUS는 군사동맹이다. 미국이 호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그 선상에서 미국과 영국은 호주의 핵잠수함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로 했는데 기존에 프랑스와 추진하던 잠수함사업이 갑자기 폐기되었다. 프랑스는 노발대발하고 "등에 칼을 꽂았다"며 3국 모두를 맹렬히 비난했다. 미국과 호주 대사가 소환되었다. 미국이 핵추진 기술을 다른 나라와 공유한 사례는 1958년 영국이 유일했다.



호주는 미국과 군사동맹뿐 아니라 자유무역협정도 체결했다. 2005년 1월 1일에 발효했다. 그 내용은 미국과 국경을 공유하고 있어서 어차피 같이 가게 되어 있는 캐나다, 멕시코와 체결한 NAFTA와 동급이다. 호주는 미국과 영토가 연결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에 그야말로 특별대우다.

국토 면적이 미국과 비슷한 호주는 인구 약 2700만명의 자원부국이다. 호주 땅에서는 안 나는 것이 없다. 그것도 대량으로 난다. 그런데 호주는 원자재를 가공하거나 원자재를 투입해 산업생산을 하지는 않고 그대로 나라 밖으로 실어 보낸다. 철광석은 생산하지만 제철산업은 없고 천연가스는 많지만 화학산업은 없는 식이다. 호주에서 제조업이 빈약한 이유는 지나치게 높은 인건비 때문이기도 하다. 호주 최대 기업은 세계 최대 광업회사인 BHP다.

호주는 대부분의 광물 매장량이 세계 6위 안에 든다. 특히 5대 자원인 석유, 천연가스, 철광석, 석탄, 구리를 모두 생산한다. 철광석과 석탄은 글로벌 3위 안이고 구리는 칠레 다음인 2위, 천연가스는 곧 2위로 예상된다. 자원수출이 전체 수출의 60~80%다. 대부분 동북아 경제권으로 간다. 리튬도 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EV)에 쓰인다. 리튬배터리는 EV 가치의 30~40%를 차지한다.


지난 약 30년 동안 호주의 최대 고객은 중국이었다. BHP는 생산량의 50% 이상을 중국에 수출했다. 중국은 끊임없이 인프라를 건설하고 공장을 건설했는데 호주는 중국의 그 막대한 수요를 뒷받침했다. 중국 경제가 침체하기 시작하면서 호주는 대체시장을 찾기 시작했는데 미국과 동남아 국가들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중국 시장에 비하면 규모는 작다. 호주는 늦었지만 국내에 산업생산 시설을 짓기 시작했다. 호주 경제는 앞으로 어려운 시기를 거칠 수도 있고 서브프라임 문제도 잠복해 있다. 그러나 탈세계화 시대 자원강국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한국은 비행시간 약 10시간인 호주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고 2014년 12월에 발효되었다. 호주의 GDP(국내총생산)는 우리보다 약간 많다. 순위표에서 항상 나란히 나온다. 우리는 주로 광물자원을 수입하고 호주는 정제석유와 자동차를 수입한다. 현대차는 2023년 말 호주에서 누적 200만 대를 달성했다. 호주 시장에서 도요타, 포드와 함께 3대 브랜드다. 신지정학 시대 자원외교와 안보, 그리고 무역 차원에서 호주에 대한 관심, 호주와의 교류를 상향조정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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