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온 1℃ 오르면 1년후 농산물가격 2% 오른다"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4.07.0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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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된 20일 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시민들이 그늘을 찾아 더위를 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된 20일 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시민들이 그늘을 찾아 더위를 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폭염 여파에 일시적으로 기온이 섭씨(℃) 1도 오르면 농산물 가격 상승률은 0.4~0.5%포인트(p)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온난화 영향으로 월 평균기온이 장기평균보다 1℃ 높은 상황이 1년 지속된다면 농산물 가격은 2% 오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은행이 2일 게재한 'BOK이슈노트: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국내 기온상승은 단기적으로 국내 인플레이션의 상방압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간접 경로'와 '직접 경로'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한은은 국내 기후변화가 국내 농산물가격에 미치는 '직접 경로' 위주로 분석했다.

실증 분석 결과 폭염 등 일시적으로 월 평균기온이 1℃ 오르면 농산물 가격 상승률은 최대 0.4~0.5%p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영향은 6개월 가량 이어졌다. 겨울철 한파 등 이상저온 현상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됐다. 이에 따른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07%p 오른다고 분석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병수 한은 조사국 물가연구팀 차장은 "농산물을 제외한 공업제품이나 서비스 등 다른 품목은 이상저온, 한파와 같은 일시적 기온하락 충격에 유의하게 반응하지 않았다"며 "농산물가격은 다른 품목에 비해 기온의 상승이나 하락에 상관없이 전반적인 기상 여건 변화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점진적으로 기온이 올라도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줬다. 온난화 등으로 기온이 장기평균보다 1℃ 오른 상황이 1년동안 지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1년 후 농산물 가격 수준은 2%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기간 가공식품과 석유류 가격 수준은 각각 0.4%, 1.6% 정도 오르면서 전체 소비자물가 수준은 0.7%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온상승은 장기적으로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한은이 앞으로 예상되는 기온상승 시나리오를 이용해 계산한 결과 2040년까지 농산물가격은 0.6~1.1%, 전체 소비자물가는 0.3~0.6%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2040년까지 평균 기온이 13.6~13.8℃로 상승한다는 가정에서다. 2019~2023년중 평균 기온은 13.2℃다.

글로벌 기후변화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른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국내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예컨대 동남아·남유럽 지역에서 가뭄이 발생하면 △카카오 △커피 △올리브유 등의 생산이 줄고 가격이 급등한다. 이는 해외 원재료에 대한 수입 비중이 높은 국내 가공식품 가격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다.

조 차장은 "최근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기후플레이션(기후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정부는 국내 기후환경에 적합한 농작물의 품종 개발 등에 힘쓰고 중앙은행은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가격 변동이 전반적인 물가 불안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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