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모색하는 美 증시…강세론의 근거 vs 약세론의 근거[오미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4.07.0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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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 증시가 사상최고치 부근에서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전망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강세론자들은 S&P500 기업들의 향후 12개월 주당순이익(EPS)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어 상승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경제지표가 여전히 탄탄한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골디락스 경제가 펼쳐지고 있다는 점과 인플레이션 둔화에 따라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강세론의 근거로 제시한다. 골디락스란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만큼 너무 뜨겁지도 않고 침체를 우려할 만큼 너무 차갑지도 않은 상태를 말한다.



반면 약세론자들은 최근 경제지표가 약화되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어 앞으로 기업들의 실적 가이던스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증시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고 지적한다.

기술적 분석상으로는 증시 상승에 참여하는 종목의 수가 너무 적어 최근의 랠리가 건강하지 못하다고 보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도 증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는다.



S&P500지수 올들어 추이/그래픽=김현정S&P500지수 올들어 추이/그래픽=김현정


12일부터 2분기 어닝 시즌
우선 오는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기업들의 올 2분기 어닝 시즌은 긍정적으로 전망된다. 팩트셋은 기업들의 향후 12개월 EPS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으며 이는 긍정적인 펀더멘털 모멘텀을 예고하는 강세 신호라고 밝혔다.

팩트셋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S&P500 기업들의 EPS 성장률이 올해 11.2%, 내년에 12.7%로 평균 이상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는 혼조…K자형 양극화
경제는 강세론자들의 주장처럼 여전히 탄탄하지만 약세론자들의 지적처럼 일부 약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지난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8.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49.2를 하회하는 것이자 지난 5월의 48.7보다도 떨어진 것이다.

반면 서비스업은 지난 5월까지 호조세를 보였다. ISM의 6월 서비스업 PMI는 오는 3일에 발표된다.

미국 경제가 강세와 약세가 섞인 혼조세를 보이고 있는데 대해 '신뢰 지도'(The Confidence Map)의 저자인 피터 앳워터는 경제가 "K자형' 양극화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자형 경제란 고소득층은 내일이 없는 것처럼 흥청망청 소비하는 반면 저소득층은 하루하루 버티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경제 양극화가 극심해지는 상황을 말한다. 이는 고소득층을 고객으로 하는 사업은 호황이지만 서민들 대상의 소비기업들은 고전하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때 "저소득층이라면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압박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맥도날드는 가격 인하를 통해 매출을 늘리려 5달러짜리 메뉴를 부활시켰다.

경제지표가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도 있다. 경제지표가 어느 정도나 예상치를 웃돌았는지, 밑돌았는지를 측정하는 씨티그룹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ESI)는 2022년 이후 가장 낮아졌다. 이는 예상치를 밑도는 경제지표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경제 약화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향후 기업들의 수요 부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이다.

선행 PER 20배 넘어 고평가
S&P500지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그래픽=김지영S&P500지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그래픽=김지영
이런 가운데 약세론자들은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향후 12개월 EPS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S&P500지수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21.0배로 5년 평균인 19.2배와 10년 평균인 17.8배를 웃돌고 있다.

특히 PER과 물가상승률의 합이 20을 넘으면 증시가 고평가된 것이라는 '20의 법칙'을 감안하면 현재의 증시 밸류에이션은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대형 기술주 위주의 랠리가 심화되면서 상승의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주 나스닥지수는 0.2% 오르고 S&P500지수는 0.1% 하락한 반면 S&P500 기업들에 동일한 비중으로 투자하는 인베스코 S&P500 동일 비중 ETF(RSP)는 0.7% 떨어졌다. 이는 지난주에도 대형 기술주들의 강세가 증시를 떠받쳤음을 의미한다.

실적 기대 살아 있는 한 랠리 지속?
그렇다면 이 같은 요인들을 종합할 때 미국 증시는 단기적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까. 투자 블로그를 운영하는 캠 후이는 최근 마켓워치 기고문을 통해 현재 상황은 경기 확장기의 중반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의 단기 추세를 주도하는 반면 밸류에이션은 장기적으로는 중요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증시 방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따라서 곧 2분기 어닝 시즌이 개막되는 만큼 기업들의 실적이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한 증시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최근 주가 상승에 따라 기업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준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지난 분기 실적도, 이번 분기 실적 가이던스도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음에도 주가가 급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씨티그룹의 스콧 크로너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S&P500지수의 PER은 과거 40년 중 상위 10% 이내로 높은 수준이며 PER이 역사적으로 상위 10% 이내에 들 만큼 높아지면 향후 1년 뒤 주가 수익률 중앙값은 -4%로 부진해졌다고 지적했다.

한편, 2일에는 테슬라가 올 2분기 전기차 인도량과 생산량을 발표한다. 오전 9시30분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포르투갈에서 연설을 하고 오전 10시에는 노동부가 지난 5월 구인 규모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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