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운전은 거주지서만 하세요"…해외 '고령 운전' 이게 달랐다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4.07.0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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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평가·주행평가 거쳐 실제 운전능력검사, 한정면허 발급…
면허 자진반납 vs 연장, 양자택일 벗어나 주행 능력 평가해야

지난해 10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어르신 교통사고 ZERO 캠페인'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매년 증가함에 따라, 운전자들이 고령 운전자 및 보행자에게 보다 관심을 갖고 서로 배려·양보하는 교통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마련됐다./사진=뉴스1지난해 10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어르신 교통사고 ZERO 캠페인'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매년 증가함에 따라, 운전자들이 고령 운전자 및 보행자에게 보다 관심을 갖고 서로 배려·양보하는 교통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마련됐다./사진=뉴스1


시청역 교통 참사로 고령자 운전 면허에 대한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해외처럼 의료 평가와 주행 평가를 통해운전자의 실제 운전 능력에 따라 허용 범위를 차별화하는 조건부 면허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고령운전자가 면허를 자진반납(지자체별로 적용 연령은 상이)하면 교통카드 10만원을 제공하는데, 면허 반납 후 이동권이 제약되는 만큼 자진반납 비율이 미미하다. 갱신 주기는 65세 이상 5년(이하 2종 보통), 75세 이상 3년으로 차등하되 70세 이상부터 적성검사가 의무화되고 75세 이상은 교통안전교육(인지능력 검사 포함)이 추가된다.



반면 해외에서는 운전능력에 따라 고령 운전자의 운전 허용 범위를 차등 적용하는 데 초점을 둔다. 실질 운전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의료 평가와 실차주행 평가를 병행 실시하고, 그 결과에 맞춰 조건부 면허를 발급한다. 우리나라도 첨단 기술을 활용한 운전능력평가 시스템과 조건부 면허 도입이 고려되고 있지만 실차 운전 평가에 대한 논의는 미진하다.

2일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전날 발생한 차량 인도 돌진 교통사고 현장에 고인을 추모하는 메시지가 붙어있다. /사진=뉴시스2일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전날 발생한 차량 인도 돌진 교통사고 현장에 고인을 추모하는 메시지가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70세 이상은 운전면허 재심사를 받고 의료평가에 따라 추가 주행능력 평가를 받는다. 지역주행시험을 거쳐 거주지 내에서만 운전이 가능한 제한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일리노이주는 75~80세 운전자는 4년, 81~86세는 2년, 87세 이상은 매년 운전면허를 갱신한다. 도로주행시험(On-road driving test)이 필수다. 일반면허 부적격 시 기간, 시간 등을 제한하는 한정면허를 발급받는다.



일본의 경우 71세 이상자의 면허갱신 주기는 3년. 70세 이상은 갱신 시 고령자강습을 수강하고 75세 이상은 인지기능검사를 받아야 한다. 일정 교통법규 위반 경력이 있는 75세 이상 운전자는 임시 인지 기능검사 및 실차평가에 해당하는 운전기능검사를 받아야 한다. 2022년에는 비상제동장치 등이 탑재된 차량(서포트카)용 한정면허도 신설했다. 다만 해당 면허를 받는 사례는 수십 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는 75세 이상자에게 매년 운전적합성에 대한 의료평가 및 운전실기평가(Practical Driving Assessment)를 진행한다. 운전실기평가는 전문의의 권고가 있을 때 실시하되 85세 이상 운전자는 2년마다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운전자는 필요에 따라 운전 실기평가를 받지 않고 지역 내 운전으로 제한된 수정면허(Modified License)를 발급받을 수 있고 제한 범위도 조율 수 있다.

2일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경찰 관계자가 전날 발생한 시청역 교차로 대형 교통사고의 가해 차량을 견인차를 통해 옮기고 있다. 2024.07.02./사진=뉴시스2일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경찰 관계자가 전날 발생한 시청역 교차로 대형 교통사고의 가해 차량을 견인차를 통해 옮기고 있다. 2024.07.02./사진=뉴시스
뉴질랜드는 75세, 80세, 그 이후엔 2년 주기로 면허를 갱신하는데 의사의 운전면허 진단서(Medical certificate for driver license)가 필수다. 의사는 다양한 옵션의 진단서를 발급할 수 있는데, 의학적으로 운전에 문제가 없더라도 안전운전 능력을 담보하지 못할 경우 도로안전시험(On-road safety test) 통과 조건이 부과된 진단서를 발급한다. 시간, 공간 등 일정 제약 아래 운전할 수 있는 진단서를 발급하기도 한다.


해외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실차주행을 통해 실질 운전능력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조건부 면허를 발급해 고령자의 이동성과 교통안전 사이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고령자 면허관리가 유지 또는 취소 방식(All or Nothing)으로만 운용된다면 고령운전자의 이동권과 안전운전 관리가 모두 취약해질 수 있다.

이송림 국회입법조사처 행정안전팀 입법조사관은 '고령자 운전면허 관리제도의 해외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고령자의 실제 운전능력에 따라 시간, 지역, 속도, 보조장치 등 운전 허용 범위를 달리하는 조건부 면허 발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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