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가락처럼 휜 '방호 울타리'…"인도 덮치는 차, 왜 못 막나"

머니투데이 오석진 기자 2024.07.0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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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교통사고…보행자용 방호 울타리, 주목적 '보행자 차도 추락 방지'…'보도 방호 울타리'와 달라

지난 1일 사고현장에 차량의 인도 돌진을 막는 펜스가 무너져 있다/사진=김지은 기자지난 1일 사고현장에 차량의 인도 돌진을 막는 펜스가 무너져 있다/사진=김지은 기자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차량이 인도를 덮치며 9명이 숨진 가운데 거리 곳곳에 설치된 '보행자용 방호 울타리'가 명칭과 달리 방호(공격 등을 막고 보호) 기능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행자용 방호 울타리는 통상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역할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2일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이번 사고가 난 곳에 설치된 펜스는 '보행자 방호 울타리'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에 따르면 보행자용 방호 울타리는 보행자, 자전거 등이 길 밖으로 추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하거나 보행자 무단 도로횡단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다.



이와 달리 보도용 방호 울타리는 '교통사고 방지용'이다. 차량이 길 밖으로 벗어나 보도로 침범해 일어나는 교통사고로부터 보행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다.

차량 방호 울타리도 있다. 주행 중 정상적인 주행 경로를 벗어난 차량이 길 밖, 대향 차로 또는 보도 등으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또 탑승자의 상해 및 차량의 파손을 최소한도로 줄이고 차량을 정상 진행 방향으로 복귀시키는 역할을 한다.



보행자 방호 울타리는 차량으로부터 보행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안전 규정도 없다. 구청 관계자는 "고속도로에 있는 방호 울타리는 등급이 있지만 서울 시내는 제한 속도가 있기 때문에 (보행자용) 방호 울타리에는 안전 등급이 없다"며 "차량 방호 울타리를 설치할 필요가 없는 곳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인도에 설치된 방호 울타리가 차량 사고로 엿가락처럼 휜 것도 해당 방호 울타리가 보행자용이었기 때문이다. 차량을 막기 위해 설치한 펜스는 휘어진 채로 무너졌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사고 차량은 다른 차량 2대를 차례로 친 후 인도에 있던 보행자들을 덮친 것으로 파악됐다.

다수 시민들은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외관상 방호 울타리를 구분하기 쉽지 않아서다. 20대 여성 A씨는 "(보행자용 방호) 울타리가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차를 막아주겠지 생각했다"며 "차량 충돌로부터 행인을 보호하기보다 보행자가 차도로 향하는 것을 막는 목적으로 설치된 줄 몰랐다"고 밝혔다.


20대 남성 B씨도 "(보행자용 방호 울타리가) 대부분 튼튼해 보여서 당연히 시민 보호 목적인 줄 알았다"며 "인도로 오는 차를 막지 못한다니 놀랍다"고 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는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예방하기는 어려운 사고"며 "더 강한 울타리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런 시설물들을 길거리에 전부 설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이지혜 디자인 기자/사진=이지혜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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