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덮친 뒤 스스로 속도 줄여…시청역 역주행 운전자 "급발진"

머니투데이 김지은 기자 2024.07.0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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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시청역 인근에서 사고 발생 이후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지난 1일 시청역 인근에서 사고 발생 이후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서울 중구 시청역 부근에서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로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가운데 일부 블랙박스 영상에는 해당 차량이 스스로 멈춰서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선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하는 것과 배치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은 향후 면밀한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28분쯤 시청역 교차로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차량 1대가 일반 시민 10여명을 들이받은 후 운전자가 차를 도로에 세워두고 도주했다는 내용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11시25분 기준 사상자는 총 13명이다. 사망자는 9명, 부상자는 응급환자 1명, 비응급환자 3명 등 총 4명이다. 응급환자 1명은 치료 중으로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응급환자 3명 중 1명은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이날 밤 11시 50분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모두 남성으로 △30대 4명 △40대 1명 △50대 4명 등이다. 나머지 부상자 4명은 경상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중에는 시청 직원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당시 영상…급발진 맞나 아닌가
운전자는 조선호텔에서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을 몰고 나오다가 급발진 사고가 났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직후 상황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운전자는 빠른 속도로 도로에 있던 BMW와 소나타 차량을 차례대로 추돌했다. 이후 횡단보도가 있는 인도 쪽으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덮쳤다.


운전자는 건너편에 있던 시청역 12번 출구 쪽으로 빠르게 달려가더니 인도 위까지 올라간 뒤 속도를 줄이고 멈춰섰다. 근처에 있던 시민들은 깜짝 놀라며 황급히 도망쳤다.

이같이 사고 차량이 스스로 속도를 줄인 것을 고려해 급발진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가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를 주장하고 있다"며 "사고 경위와 CCTV 블랙박스, 운전자 진술 등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시청역 주변 인도… 무너진 펜스·잔해 아수라장
사진=김지은 기자사진=김지은 기자
차량이 덮친 인도는 사고 잔해로 가득했다. 차량을 막기 위해 설치한 펜스는 휘어진 채로 무너졌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사고 차량은 다른 차량 2대를 차례로 친 후 인도에 있던 보행자들을 덮친 것으로 파악됐다.

목격자 A씨는 "진회색 구형 제네시스 차량이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주행하면서 굉음을 내면서 돌진했다"며 "역주행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한 사람들을 쳤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식사를 하던 또 다른 목격자 김모씨는 "쿵소리가 나길래 고개를 들고 보니까 차가 빙 돌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가 나오고 사람들이 모두 쓰러져 있었다"며 "어떤 사람은 차도에서 목에서 피가 나오는 것을 막고 있었다. 몸이 바퀴에 짓눌린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 "운전자, 음주 아냐…차량 역주행 확인 중"

경찰 관계자는 2일 새벽 0시25분에 진행된 언론 브리핑에서 "(운전자에 대해) 기초적으로 음주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음주를 안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운전사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부상 상황을 보고 진술 가능한 시점에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차량 역주행 여부와 관련 "아직 확인 중에 있다"며 "CCTV(폐쇄회로TV)가 명확해지면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량에 함께 있던 여성 동승자가 병원에 이송됐냐는 질문에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1일 오후 11시20분에 진행된 언론 1차 브리핑에서 김성학 중구청 건설안전국장은 "운전자는 의식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동승자 여부는 확인이 안됐다"며 "인도 쪽에도 시신이 있는 것으로 봐서 인도에서도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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