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택한 SK, 바이오가 군살?…"여전히 중요한 사업군"

SK그룹 제약·바이오 주요 계열사. /사진=윤선정 디자인기자

SK 그룹이 경영전략 '새판짜기'에 들어가면서 제약·바이오 사업 리밸런싱(재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지분구조에 따라 나뉘어있는 계열사 및 사업 간 조정이 불가피하단 전망이 나온다. 그룹 총수가 바이오 관련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만큼 사실상 사업 몸집을 줄이겠단 뜻 아니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SK그룹은 "바이오는 여전히 중요한 사업이며 사업 축소 개념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달 28~29일 경기 이천 SKMS(SK경영관리시스템) 연구소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바이오 부문을 포함한 사업 전반의 미래 전략 방향을 수립했다. 최태원 회장·최재원 수석부회장은 화상으로,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겸 수펙스추구협의회(SK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 의장을 비롯해 SK바이오팜 이동훈 사장·최윤정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 등은 현장에 참석하며 주요 계열사 사장단 20여명이 회의에 참여했다.

최 회장이 직접 언급한 바이오 사업 관련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 '내실 경영' '질적 성장'이다. 필요한 건 취하고 불필요한 건 덜어내자는 일종의 '군살 빼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SK의 제약·바이오 사업은 최 회장이 주도하는 SK㈜ 계열의 SK바이오팜 ·SK팜테코, 최 의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 산하 SK케미칼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 형태로 나뉘어있다. 당초 명확하지 않던 바이오 사업 리밸런싱 범위는 전략회의를 통해 지주 계열과 디스커버리 계열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방향이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사업 전략 흐름에 더해 회의에서 SK그룹 전체 219개 계열사 수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조정하자는 의견이 나온 만큼, 업계에선 바이오 영역 축소는 불가피하단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그룹 관계자는 "바이오는 중요사업으로 지속할 것"이라며 "AI(인공지능)와 반도체 사업을 강조하다 보니 비효율적 부분을 걷어내자는 뜻에서 사용된 표현이다. 당장 기존 사업 간 합병이나 매각 등을 염두에 둔 해석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일 백신·CGT(세포·유전자치료제) CDMO(위탁개발생산)사 'IDT 바이오로지카'(이하 IDT)를 인수한 것 역시 그룹 리밸런싱과 결을 같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SK그룹에서 리밸런싱이란 이름으로 영역별 최적화 작업을 진행 중이며 IDT 인수도 최적화의 큰 흐름과 일치한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앞서 SK팜테코와 덴마크 노보노디스크 간 미국 버지니아주 공장 매각설에 이어 며칠 만에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 인수 소식이 전해지자, 일각에선 계열사 간 리밸런싱 작업은 이미 본격화됐단 분석이 나왔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사업 진출 방향이 CDMO 및 CGT 사업을 이미 진행 중인 SK팜테코와 중복된단 우려에서다.

하지만 SK그룹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팜테코 간 서로 침범 없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며 "사업 간 충돌이나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기업 신제품이 기존 주력제품 시장을 잠식함)을 예단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 역시 "당사 핵심 사업은 백신 개발이며 CGT 및 CDMO 사업을 추가하더라도 (사업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사업적 측면에서 SK팜테코와는 가는 길이 다르다"고 전했다.

다만 리밸런싱 범위가 이전보다 명확해진 가운데 내부에선 그룹과 디스커버리 계열 간 조정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분위기가 감돈다. 한 SK 계열사 관계자는 "지배구조가 다르다 보니 이전까지는 (리밸런싱이) SK지주 쪽만 해당되는 작업이란 인식이 있었다"며 "전략회의 등을 거치며 그룹과 디스커버리 계열사가 연계하고 재정비하는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내부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