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AFPBBNews=뉴스1](https://thumb.mt.co.kr/06/2024/07/2024070109510191593_1.jpg/dims/optimize/)
1차 투표보다 더 중요한 게 2차 투표다. 프랑스에선 1차 투표에서 선거구별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는 경우 득표율 12.5%를 넘은 모든 후보가 자동으로 2차 투표에 진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통상 극우 후보를 막기 위해 정치 성향을 넘어 후보들의 단일화가 이뤄진다. 프랑스 2차 투표가 극단 정당의 집권을 막는 보루 역할을 한단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극우 연합의 의석 과반 달성은 가능하되 유력하진 않은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실질적 리더인 마린 르펜 의원/AFPBBNews=뉴스1](https://thumb.mt.co.kr/06/2024/07/2024070109510191593_2.jpg/dims/optimize/)
이제 관심은 RN이 최종적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느냐다. 조르당 바르델라(28) RN 대표는 하원 과반을 얻을 경우 기꺼이 총리를 맡아 내각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선 대통령이 다수당 출신을 총리로 임명하는 게 관례다. 다만 바르델라 대표는 소수정부는 꾸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CNN은 바르델라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RN이 의석 과반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마크롱 대통령이 좌파 연합에서 총리를 찾거나 아예 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를 영입해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시각 인기 뉴스
RN은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 정당이란 이미지가 있었지만 최근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높은 생활비, 이민 우려를 이용해 이민자 제한과 연료 부가세 인하 등을 내세우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국민들의 반감이 큰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단 공약도 내놨다.
관측통들은 극우 내각이 탄생할 경우 마크롱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정국이 마비될 수 있다고 본다. 또 RN이 공약한 재정 확장 정책이 추진될 경우 프랑스의 재정 적자가 악화할 위험이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축소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RN은 마크롱 대통령이 언급한 우크라이나 파병에 반대하며, 러시아 본토를 때릴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제공도 반대한다.
마크롱 대통령으로선 조기 총선이란 도박이 실패하면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단 평가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RN이 압승하자 의회를 전격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소집했다. 그러나 여당이 참패하고 RN의 돌풍을 재확인한 결과만 확인한 셈이다. 당장 대통령직이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극우파에 일정 규모의 권력을 나눠줬다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마크롱 대통령의 여당은 좌우 사이에서 무력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날 금융시장은 유로화가 소폭 상승하는 등 일단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시장은 총선을 앞두고 재정적자 확대를 공약한 좌파 연합의 승리와 극우 연합의 절대 과반을 가장 우려했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긴축 재정을 약속한 마크롱 대통령이 3위까지 밀려나면서 프랑스의 부채 증가 우려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미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5%로, 3% 이하로 유지하란 유럽연합(EU)의 지침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싱크탱크 몽테유연구소에 따르면 RN이 공약한 연료 부가세 인하와 연금 급여 확대 등은 연간 약 200억유로의 비용이 들 전망이다. 이는 2024년 정부 예산의 4~5%에 해당한다. NFP도 최저임금 인상과 생필품 가격 억제를 내걸었는데 이 경우 연간 재정 부담은 560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앞으로 가장 큰 위험은 RN 내각이 출범해 비용이 많이 드는 정책을 시행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채권시장 매도를 촉발하고 성장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