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가 냉각모자를 착용한 모습. /사진=삼성서울병원](https://thumb.mt.co.kr/06/2024/07/2024070109131182721_1.jpg/dims/optimize/)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진석·암교육센터 조주희·임상역학연구센터 강단비 교수 연구팀은 냉각모자가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를 예방하는 데 도움 된다고 '임상종양학회지' 최근호에 발표했다.
암환자의 머리가 빠지는 건 항암제의 특정 성분이 모낭세포나 피부세포를 파괴하는 탓이다. 특히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 △도세탁셀(Docetaxel) △독소루비신(Doxorubicin) △에피루비신(Epirubicin) △파클리탁셀(Paclitaxel) 등이 탈모를 잘 일으키는 항암제로, 유방암·부인암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약제다.
연구팀은 직접 모발의 양과 굵기를 측정해, 모발량은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모발 굵기는 항암치료가 종료된 지 3년이 지났어도 항암치료 이전보다 절반 정도에 여전히 머물러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냉각모자에 주목한 것도 이 부분이다. 선행 연구에서 냉각모자를 쓰면 혈관이 수축돼 두피로 가는 혈액순환이 느려지고, 모낭세포를 망가뜨리는 항암제의 영향도 감소시켜 탈모를 예방하는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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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모자를 쓰더라도 모발이 아예 빠지지 않는 건 아니지만 모발이 빠지더라도 중요한 세포들은 보호됐다. 이에 연구팀은 '모발이 다시 날 때 냉각모자를 쓰지 않은 사람보다 더 건강한 모발이 자라날 것'이라고 가설을 세웠다.
![/사진=삼성서울병원](https://thumb.mt.co.kr/06/2024/07/2024070109131182721_2.jpg/dims/optimize/)
연구를 설계한 강단비 교수는 "환자를 냉각모자군(89명)과 대조군(50명)으로 나누고, 나머지 임상적 조건을 동일하게 유지해 냉각모자를 쓸 때와 쓰지 않을 때 지속탈모 및 모발의 양과 굵기, 스트레스를 비교했다"고 설명했다.
냉각모자는 머리가 닿는 부분에 매립된 관을 따라 냉각수가 일정 온도로 순환하면서 두피 열을 내리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환자들은 항암 치료 전 30분 동안 모자를 착용하고, 치료 후 90분 동안 모자를 추가로 쓴 채 연구에 참여했다. 이 기간, 환자에게는 머리를 밀지 않도록 했다.
연구에 따르면 지속탈모는 항암치료 전보다 모발의 양 또는 굵기가 항암치료 6개월 이후 시점에도 회복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정의했는데, 대조군의 52%가 지속탈모를 경험했지만, 냉각모자군은 13.5%에서만 나타났다.
모발 굵기는 치료 시작 전 보다 치료 후 6개월 지난 시점 대조군에서 7.5μm 감소했지만, 냉각모자군은 오히려 1.5μm 증가했다. 연구 시작 당시에는 두 집단 간 모발 굵기 차이는 없었지만, 치료 후에는 9.1μm 차이를 보였다.
항암치료 종료 6개월 뒤 가발 착용도 냉각모자군에서 크게 줄었다. 탈모를 가리려 가발을 착용하는 환자의 비율이 대조군은 32%의 절반 수준인 17%에 불과했다. 환자들이 보고한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 스트레스도 6개월 시점에 냉각모자군이 유의미하게 더 낮았다.
연구를 주관한 안진석 교수는 "냉각모자를 착용하면 모낭 손상이 덜하기 때문에 항암치료 후 머리카락이 다시 날 때 빨리 나고, 굵은 모발이 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항암환자를 위한 냉각모자는 미국 FDA, 유럽 EMA의 허가를 받고, 미국·유럽 등에서 암 치료 가이드라인에 포함돼 실제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보조적 암 치료로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신의료기술 등록 절차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