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프로농구 선수 정상헌./사진=뉴스1
하지만 단체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자유분방한 성격이 문제였다. 수시로 팀을 무단 이탈하는 등 말썽을 일으키다 2009년 농구계를 떠난 정씨는 4년 만에 살인범으로 나타났다.
뛰어난 실력과 재능으로 한때 한국 농구의 미래를 책임질 재목으로 평가받았고, 경복고 재학 시절에는 휘문고의 방성윤(전 서울 SK)과 함께 고등학생 랭킹 1위를 다투기도 했다.
결국 정씨는 3학년 때 제적당했다. 그는 2005년 불어난 몸을 이끌고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하며 농구 열정을 다시 드러냈고, 일반인 참가자 중 유일하게 1라운드 8순위로 대구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스)에 입단했다. 정씨의 재능을 아깝게 여긴 감독의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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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정씨의 재능을 내버려 둘 수 없었던 농구계는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다. 2006년 모비스 피버스(현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는 정씨를 영입했고, 정씨도 선수 생활 의지를 다지며 재기를 노리는 듯했다.
하지만 불성실한 태도는 마찬가지였다. 2007년 결혼하자마자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했던 정씨는 군 제대 후에도 팀 훈련에 자주 빠졌고, 2009년 팀에서 방출되면서 은퇴를 선언했다.
처형 살해한 뒤 "아내가 시켰다" 거짓말…2033년 출소정씨는 은퇴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별다른 직업이나 수입 없이 방황하던 그는 처가살이할 수밖에 없었다.
정씨는 아내의 쌍둥이 언니인 처형(당시 32세)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아내와 처형이 공동 운영하는 상가 권리금 문제 때문에 자주 다퉜고, 처형은 생활력이 떨어지는 정씨에게 "너 같은 놈 만날 것 같아 시집 안 간다"며 무시했다고 한다.
전 프로농구 선수 정상헌./사진=뉴스1
정씨는 범행 5일 뒤 아내와 함께 경찰에 처형의 미귀가 신고까지 접수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정씨가 숨진 처형의 벤츠 승용차를 중고차 매매 업체에 1200만원을 받고 판매한 사실을 파악하고 정씨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조사 과정에서 "처형이 날 무시해서 홧김에 살해했다"고 자백한 정씨는 살인 및 시체유기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야산에서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했다.
그러나 정씨는 진술을 번복해 "아내가 처형을 죽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아내와의 공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했고, 정씨 아내는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정씨는 사망한 처형의 휴대전화로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살아 있는 것처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2014년 1월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은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정씨의 주장을 참작해 징역 20년으로 형량을 낮췄다. 그는 같은 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을 확정받았다.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며 51세가 되는 2033년 출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