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VS 김태호, 승패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

머니투데이 이설(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7.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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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이네2', 압도적 수치로 앞섰지만 '~가브리엘'엔 뭔가 있다

'서진이네2'(위)와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 사진=tvN, JTBC'서진이네2'(위)와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 사진=tvN, JTBC


한때 대한민국의 매 주말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를 책임졌던 예능 간판 김태호 PD와 나영석 PD가 드디어 같은 시간대에 만났다. 김 PD의 새 프로그램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이 JTBC를 통해 지난 21일 오후 8시 50분부터 방송되기 시작했고, 나 PD의 ‘서진이네2’가 28일 오후 8시 40분부터 tvN을 통해 방송됐다. 예능 프로그램을 좀 봤다 하는 시청자들은 일단 두 스타 PD의 대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MBC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김 PD와 KBS2 ‘1박 2일’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나 PD가 ‘진검 승부’를 벌인다면 누가 이길까? 이건 마치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 속 밀림의 제왕 호랑이와 초원의 황제 사자의 대결처럼 흥미진진하다.

28일이 진검 승부의 첫날이었고, 일단 시청률로 승패가 갈렸다. 2회를 맞이한 김 PD의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은 1.1%, 첫회였던 나 PD의 ‘서진이네2’는 6.9%. 예상보다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졌다. 나 PD ‘서진이네2’의 완벽한 판정승이다. 게다가 김 PD의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은 21일 첫회(1.5%)보다 오히려 시청률이 하락했다. 나 PD와 tvN이 오랫동안 선점해온 금요일 밤 시간대 천하무적의 흐름을 김 PD가 단번에 깨기엔 부족해 보였다.



애초 두 사람은 비교되는 것을 싫어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각 MBC와 KBS에서 독립한 후 여러 프로그램을 하면서 ‘홀로서기’의 경쟁력을 보여준 터이고, 그들의 제작 솜씨가 단순히 지상파의 위력에 기댄 것이 아니었음을 이미 입증해 보였기 때문이다. 서로 다양한 시도를 해오던 중 이번에야 비로소 방송 시간대가 겹쳤을 뿐 각자 재미와 의미를 추구하고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다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켜보는 시청자는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이런저런 말을 하기에도 좋다. 김 PD의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은 박보검, 지창욱 등 내로라하는 특급 배우를 내세웠다. 박보검이 아일랜드 더블린의 합창단장 루리가 되어 루리처럼 살아보는 포맷이었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인양 루리로 살아가는 박보검의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정이 넘쳤다. 아무리 타인의 삶이라지만 사람 사는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평소에도 눈물 많은 박보검은 루리의 친구들과 어울릴 때, 루리의 나이 든 부모를 만날 때 종종 눈시울을 붉히며 예능 이상의 감동을 자아냈다. 피 말리는 시청률 경쟁에 내몰려 있지만 뭔가 ‘반전’을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인내심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서진이네2', 사진=방송 영상 캡처'서진이네2', 사진=방송 영상 캡처
나 PD의 ‘서진이네2’는 익숙한 맛을 최대한 가동했다. ‘윤식당’ ‘윤스테이’를 거쳐 ‘서진이네’로 파생된 프로그램의 연속성을 고스란히 계승했다. 이서진, 박서준, 정유미, 최우식의 기존 멤버 외에 요즘 가장 핫한 여배우인 고민시를 ‘막내’로 합류시켰다. 그리고 아이슬란드에 가서 뚝배기 꼬리곰탕을 만들어 팔았다. 이 더운 여름에 이름만 들어도 시원한 로망인 아이슬란드를 장소로 꼽고, 전편에서 방탄소년단 뷔에 이어 고민시를 캐스팅한 영리함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도 나 PD의 최대 장점인 ‘여행’과 ‘섭외’의 기민함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시청자들은 익숙하지만 신선한 조합에 또다시 매료됐다.

그러나 이제 1, 2회를 지난 두 프로그램의 성패를 섣불리 판정하기에 일러 보인다.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당장은 나 PD가 이긴 것처럼 보이지만 김 PD의 반격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에는 뭔가 반전이 숨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김 PD의 프로그램은 사실 발동이 걸리는 데 좀 시간이 걸렸다. ‘무모한 도전’이 ‘무한도전’으로 정착하기까지 시행착오가 있었고, ‘놀면 뭐하니?’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난관이 있었다. 주로 뭔가 후일의 어떤 것을 도모하는 제작 스타일 때문이었다. 김 PD는 당장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항상 그 안에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섞어 감동을 버무렸다. ‘무한도전’에서 캘린더를 만든다거나, 가요제를 진행시켰던 게 그 예다. 소위 ‘빌드업’ 과정을 거쳐 한 발 더 앞을 준비하며 재미와 의미를 추구했다. 빠르게 돌아가는 예능과는 맞지 않는 ‘숙성’의 시간을 더해 ‘장인’(匠人)의 세공력을 보여줬다.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이 초반 시선을 확 잡아끄는 데는 좀 약했지만 막판에 뭔가 도사리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다.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사진=JTBC'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사진=JTBC
그렇다고 나 PD라고 프로그램을 쉽게 만들지는 않을 터. 그 역시 수많은 시즌제 프로그램으로 장기 프로젝트를 능가하는 연속성과 뚝심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불변의 아이템이 어떤 것인지를 너무 잘 알고 있고, 이를 주저없이 활용한다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이는 앞서 말했듯이 여행과 식도락, 그리고 게임이라는 3가지 키워드다. 나 PD는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게임을 하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망을 아주 다양하게 조합해서 시청자의 입맛에 맞게 제공하는 데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점에서 김 PD가 마스터(장인)라면, 나 PD는 스페셜리스트에 가까워 보인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더욱 궁금해진다. 이 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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