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항공엔진 생태계에 뿌리내린 한화..."한국판 항공앨리 만들겠다"

머니투데이 체셔(미국)=이세연 기자 2024.07.0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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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출범한 HAU, 지역 생태계 안착
2032년 글로벌 엔진 부품 매출 2.9조원 목표
"엔진 기술은 미래 먹거리…한국도 엔진 생태계 만들어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글로벌 항공 엔진 산업의 중심지'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핵심 부품사로 자리 잡았다. 260조원 규모의 항공엔진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겨냥한 한화는 '엔진 100% 국산화'란 과제에 도전한다. 코네티컷처럼 한국에도 항공 엔진 생태계를 꾸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겠단 포부다.

25일 미국 코네티컷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HAU) 체셔사업장에서 HAU 직원이 항공엔진 부품 중 하나인 케이스를 기계로 가공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25일 미국 코네티컷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HAU) 체셔사업장에서 HAU 직원이 항공엔진 부품 중 하나인 케이스를 기계로 가공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에 위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HAU) 체셔 사업장에서는 거대한 기계장치가 분주히 돌아가고 있었다. 계단에 올라 장치 안을 들여다보자 원형의 쇳덩이가 절삭유와 도구에 의해 표면이 매끄럽게 갈리는 모습이 모였다. 글로벌 엔진 제작사 프랫앤휘트니(P&W)에 납품할 '팬 허브 프레임'이다. 엔진 속 팬이 안정적으로 회전하도록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투박한 금속 같지만, 눈으로 식별되지 않는 정도의 세밀한 공정이 필요하다. 거대한 항공기를 띄우는 항공기 엔진은 최첨단 기술력의 집합체다. 부품의 품질이 엔진의 수명에 영향을 주는 만큼 작은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P&W, 제너럴일렉트릭(GE), 롤스로이스 등 빅3 엔진사에 모두 납품하는 흔치 않은 항공엔진 부품사다. 제조사의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시키는 기술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네이트 미나미 HAU사업장장은 "현재 운항하고 있는 거의 모든 민항기에 HAU에서 만든 부품이 들어가 있다"며 "디스크, 블레이드, 회전축 등 엔진의 회전부에 사용되는 부품부터 엔진 케이스처럼 고정된 부품들, 나아가 엔진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공구들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네이트 미나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HAU) 사업장장이 25일(현지시간) 오전 HAU의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네이트 미나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HAU) 사업장장이 25일(현지시간) 오전 HAU의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HAU가 자리잡은 코네티컷주는 P&W를 중심으로 부품, 소재 공급사가 클러스터를 형성한 지역이다. 수백개의 항공 엔진 제조 업체들이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91번 국도를 중심으로 밀집해 있어 항공산업의 골목길이란 뜻의 '항공 앨리'(Aerospace Alley)란 별칭이 붙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9년 항공엔진 부품 전문 제조사 이닥(EDAC)을 인수하며 코네티컷에 입성했다. 체셔 사업장 외에도 코네티컷에 3곳의 사업장을 더 가지고 있다. 최대 고객은 세계 3대 항공엔진기업 P&W다.

올해 출범 5년을 맞은 HAU는 성장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지난해에는 법인 출범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인 25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탄탄한 기술력이 기반이 됐다. HAU는 2015년부터 P&W와 국제공동개발(RSP)을 진행하고 있다. 장기부품공급(LTA)을 넘어 RSP까지 참여하며 독일 MTU, 영국 GKN 등과 함께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는다. 네이트 HAU사업장장은 "현지 기업과의 협력, 선도 기술 확보, 산학협력을 통한 인재 확보 등으로 코네티컷의 항공엔진 생태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평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엔진 부품 사업에서 2032년까지 연간 매출 2조9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주요 고객이 위치한 미국 코네티컷 사업장은 성장의 구심점이 될 예정이다. 주기적으로 교체수요가 발생하고, 수익성이 높은 회전체를 중심으로 설비투자를 하고 있다. 현재 15개의 생산장비를 갖춘 뉴잉곳 사업장에 8개 장비를 추가로 투자해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이외에도 원가 경쟁력이 높은 베트남 하노이, 45년간의 생산 경험으로 기술력을 갖춘 대한민국 창원 등 각 사업장이 기능을 특화한다.


'한국산 심장' 독자엔진 개발하겠단 한화…"항공생태계 조성은 필수적"
미국 코네티컷주 항공앨리의 주요기업. /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미국 코네티컷주 항공앨리의 주요기업. /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창원을 중심으로 '한국판 항공앨리'를 조성하겠단 포부다. 국내 협력사들과 함께 소재-부품-엔진-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비전이다. 항공엔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풀-밸류체인'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글로벌 항공 엔진 시장 규모는 2032년 약 258조원(1872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업계에서 선두주자 역할을 하는 한화의 어깨는 무겁다. 먼저 '엔진 100% 국산화'란 거대한 과제에 도전한다. 코네티컷에서 엔진 완제품을 생산하는 P&W의 존재가 큰 역할을 했듯이, 한국에서는 P&W의 역할을 한화가 하겠다는 것이다. 한화는 독자적으로 항공엔진을 설계·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기 위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2036년까지 첨단 항공엔진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한국판 항공앨리를 조성하기 위해선 정부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코네티컷 주정부는 바우처 기금 운영을 통한 사업 지원, 정부 차원의 인재 양성, 기술센터 운영, 기업 컨설팅 등 꾸준하게 산업 육성 정책을 펼쳐왔다. 그 결과 2022년 기준 코네티컷의 항공엔진 제조업은 연간 약 9조1000억원(66억 달러)의 GDP를 창출하고 약 1만55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폴 라이보 코네티컷 주정부 제조업 책임자(CMO)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항공엔진의 25%가 코네티컷에서 생산된다"며 "코네티컷주는 제조업을 지원하는 9개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으며 100명 이하 소규모 기업도 최대 25만달러(약 3억5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코네티컷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HAU) 체셔사업장 전경 /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 코네티컷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HAU) 체셔사업장 전경 /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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