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끌고 D램·낸드 밀고…반도체 슈퍼사이클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24.07.01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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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률 전망치/그래픽=김현정3분기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률 전망치/그래픽=김현정


SK하이닉스가 지난 3월부터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HBM3E 8단 제품/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지난 3월부터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HBM3E 8단 제품/사진제공=SK하이닉스
상반기부터 꿈틀대던 반도체 업황이 하반기에 들어서며 날개를 펼칠 전망이다. AI(인공지능)열풍이 지속되며 첨단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계속해서 오르면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 판매가격이 전분기 대비 5~10%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AI 서버 수요 증가로 IT(정보기술)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주문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이달 말 기준 고정거래가격은 2.1달러로 지난 4월부터 3개월 연속 보합세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고정거래가는 4.90달러로 6개월 동안 유지됐다. 메모리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세를 끊고 상승세와 보합세를 유지해온 가운데, 특히 2분기 들어 가격 변동이 없어진 것을 두고 업계는 진정 국면에 들어서 상승 전환 전 바닥을 다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메모리 업황 반등은 HBM이 앞장서서 이끌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한 고성능·고용 제품으로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제품이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AI가속기에 필수다. 기술 진입장벽이 높아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한 탓에 앞으로 가격이 한층 더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또 HBM의 수익률은 기존 D램 대비 5배 안팎으로 높아, 트렌드포스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을 포함한 D램 평균판매가가 3분기 8~13%로 더 크게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사진제공=삼성전자
HBM 가격이 오르면서 덩달아 범용 D램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HBM은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를 기존 D램 대비 3배 가까이 사용해야 한다. 주요 메모리 기업들이 HBM 생산에 주력하면서 그 풍선효과로 범용 D램의 공급량이 오히려 부족해졌고, 가격이 오르게 됐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 범용 D램이 주로 들어가는 전자제품이 통상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이는 것도 하반기 D램 가격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이다. 세트(완제품)업체인 고객사들이 미리 반도체 재고를 쌓기 때문이다.

D램에 비해 반등세가 다소 약했던 낸드플래시도 최근 빛을 보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AI시대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증설에 적극 나서면서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요가 증가 중이다. AI용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 대비 20배 이상의 서버를 구축하기 때문에 낸드 수요가 더욱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낸드플래시 시장이 전년 대비 74.1%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을 필두로 한 D램 수요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대용량 SSD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일각에선 하반기 들어 낸드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까지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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