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팀' 둥지튼 신금융중심지…시드니지점, 글로벌 CIB 요충지 꿈꾼다

머니투데이 시드니(호주)=권화순 기자 2024.07.0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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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금융강국 코리아]⑥-<1>NH농협은행

편집자주 해외 공항에서 우리나라의 은행 광고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해외 진출 지역마다 '맞춤형 현지화' 전략을 앞세운 금융회사들은 K금융의 영토를 넓혔다. 이제는 넓어진 영토에서 핀테크 기술 등을 앞세워 '디지털 금융 DNA'를 심고 있다. 국경을 넘어 미래로 향하는 K금융의 전략을 취재했다.

NH농협은행 글로벌 사업 현황, 8개국 11개 거점/그래픽=이지혜NH농협은행 글로벌 사업 현황, 8개국 11개 거점/그래픽=이지혜


"이제 만 2년이 안됐지만 향후에 글로벌 CIB(기업투자금융) 요충지로 꾸준히 성장하는게 저희의 목표입니다."(김종욱 NH농협은행 시드니지점 지점장)

NH농협은행의 호주 시드니 지점은 시드니 중심가에 위치한 씨티그룹 센터의 45층에 둥지를 틀었다. 사무실 통유리창 너머로는 호주의 맑은 하늘과 함께 시드니의 상징인 하버브리지 일부가 훤하게 내려다 보인다. 시드니 금융가로 불리는 마틴플레이스도 멀지 않다. 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NBA)를 비롯해 호주 '빅4' 은행도 근처다. 시드니 지점은 호주의 신흥 금융중심지에 2022년 9월 개소했다.



지점 위치만으로도 농협은행의 호주 진출 전략이 일부 읽힌다. 시드니지점은 개인 고객을 타깃으로 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CIB 중심이다. 호주 현지 금융당국의 인가도 '기업금융'으로 받았다. 개인 고객을 상대하지 않으니 굳이 저층 사무실이 필요치 않다.

대신 호주에 일찌감치 진출한 다른 국내 은행들과 달리 진출 시점이 늦은 '늦깎이' 은행이니만큼 현지 금융회사들과의 네트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드니 중심가에 사무실을 개소한 이유 중 하나다.



'늦깎이' 시드니지점의 야심찬 도전…'드림팀' 떴다
농협은행은 호주 시드니지점을 향후 글로벌 CIB 사업의 전략적 요충지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현재 전세계에서 총 8개국 11개 거점에 진출해 있다. 지점 6곳, 법인 2곳이며 사무소 3곳에 달한다. 특히 선진 금융시장 중에서는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중국 홍콩과 베이징에 지점과 사무소 형태로 진출해 있으며 호주 시드니지점은 가장 최근에 진출한 지역으로 꼽힌다.

시드니지점은 특히 인프라 IB(투자금융)와 기업금융에 특화한 지점으로 현재 직원은 총 13명이다. 김종욱 지점장을 비롯해 본국 주재원 4명과 현지 채용직원 9명이 팀워크를 이뤄 고군분투 중이다. 법인 형태로 진출해 직원수가 300명이 넘는 미얀마 양곤과 캄보디아 프놈펜에 비해 상대적으로 직원 숫자가 많지 않지만 직원들의 전문성은 해외 어느 법인이나 지점 못지 않게 뛰어나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지점장을 비롯해 여신심사와 전략기획, 자금운용 전문가 등 '드림팀'이 구성됐다. 특히 김 지점장은 농협은행에서 국제 업무부, 투자금융부를 거쳐 인도네시아 주재원, 종합기획부를 두루두루 경험한 몇 안되는 글로벌 CIB 전문가다. 글로벌 사업과 투자금융, 전략기획 등 국내외 다양한 업무 경력을 살려 글로벌 CIB의 꿈을 품은 시드니지점에 투입됐다.


현지에서 채용한 직원들의 경쟁력도 뛰어나다. 현지 외국계나 한국계 은행 등에서 다년간 근무한 경력자 위주로 구성돼 있다. 국제공인 재무분석사(CFA) 등 전문 자격증을 다수 보유한 실력 있는 직원들이 함께 일한다.

NH농협은행 해외수익/그래픽=이지혜NH농협은행 해외수익/그래픽=이지혜
2050년까지 탄소중립 선언한 호주, 신재생에너지 투자기회 열린다
농협은행이 호수 시드니에 주목한 이유는 호주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과 깊은 연관이 있다. 연방 국가인 호주는 각 주정부별로 전문적인 투자와 교역 지원부서를 구성해 차별화된 투자유치 전략을 세우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 농식품 및 농업테크, 광물자원 채굴 등에 많은 투자금을 유치 중이다.



농협은행도 호주 주 정부의 투자 유치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호주의 국가 재정이 탄탄하고 계약이행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인프라 섹터 공략에 특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김 지점장은 "호주 정부가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한 만큼 풍력발전이나 태양력 발전소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 기회가 앞으로 더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올해 예산안 발표에서도 신재생 에너지 투자가 상당부분 녹아져 있어 정부가 적극 추진하면 민간에도 그만큼 낙수 효과가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호주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공식화했다. 이를 위해서는 한화로 약 2590조원에 달하는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는 추정이 나온다. 매년 91조원 이상이 탄소 중립을 위해 투입돼야 하는 셈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 의존도가 40% 이상인 석탄발전소를 해체하고 풍력과 태양열 발전소로 전환하는 작업이 호주에서 대규모로 진행 중이다.



시드니지점도 다양한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시드니지점은 호주에서 빌어지고 있는 다양한 인수금융에 주목한다. 최근 1조3000억원 규모의 5개 풍력발전소 인수금융 딜이 시드니 현지에서는 뜨거운 이슈가 됐다. 향후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 가운데 20여곳의 금융회사가 이번 딜에 참여했다. 농협은행은 내부적으로 치밀한 분석과 검토 끝에 최종적으로는 딜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향후 유사한 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지점장은 "호주 시장은 이미 일정 궤도에 오른 시장이기 때문에 투자 수익률이 1~1.7% 수준으로 아주 높은 것은 아니다"면서도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가에서 거둬들이는 수익률 대비는 높지 않지만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가 많기 때문에 투자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도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농협만의 강점 살린다…호주 비료공장 설립 공동대출에 참여
NH농협은행의 호주 시드니지점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김종욱 지점장(첫번째 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NH농협은행의 호주 시드니지점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김종욱 지점장(첫번째 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호주에 진출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으나 그동안 5건 이상의 딜을 성사시켰다. 대표적으로 호주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의 현지 법인에 대한 여신을 성사시켰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국내 금융회사간 '윈윈' 전략이었다.



두 번째 딜은 농협은행의 장점을 살렸다. 농협만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호주 농식품 및 농업테크 관련 분야의 투자를 진행했다. 대규모 비료공장 설립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에 참여한 것. 호주의 산업구조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음에도 그동안 농업에 쓰이는 비료는 대부분 수입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공장 설립 건은 보기 드문 딜이었다. 농협 분야에 장점을 갖고 있는 농협은행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 이기도 했다. 초기 투자건이었던 만큼 건설업체와의 계약, 공사 이후 판매처 확보, 공장 운영 기간 등의 세부 조건을 꼼꼼하게 따져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확인한 후 신중히 진행했다.

최근에는 천연가스 운반 파이프라인을 지원하는 기업의 공동대출에도 참여했다. 호주는 대표적인 천연가스 생산 국가다. 이번 투자 이력이 항후 투자기회 발굴에 좋은 레코드(기록)가 될 수 있다.

김 지점장은 "호주 지점을 오픈한 업력이 짧다보니 해외 투자자들에게 아직은 인식이 부족할 수 있다"면서도 "프라이머리 딜(차주로부터 직접 주선권한을 받은 금융기관 등을 통해 투자에 참여하는 것) 참여가 늘면 트렉 레코드가 쌓이고 자연스럽게 좋은 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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