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대출채권 팔아 1700억 벌었다…일부는 매각효과 거두면 적자전환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2024.07.0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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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분기 카드사 대출채권매매이익/그래픽=김현정2024년 1분기 카드사 대출채권매매이익/그래픽=김현정


카드사가 올해 1분기 대출채권을 팔아 약 1700억원을 벌어들였다. 연체율을 관리하기 위해서지만 일부 카드사는 급격히 나빠진 손익을 보전하려고 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카드사는 대출채권 매각 효과를 빼면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정도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8개 카드사는 올해 1분기 대출채권 매매이익으로 1678억원을 남겼다. 지난해 1분기 1583억원보다 6% 증가한 금액이다.



현대카드가 498억원으로 가장 많은 매매이익을 올렸다. 신한카드도 464억원의 이익을 냈다. 우리카드(310억원), 롯데카드(251억원), 하나카드(142억원) 역시 적잖은 이익을 남겼다. 삼성카드와 카드론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대출채권이 거의 없는 BC카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출채권을 매각하지 않았다.

카드사가 대출채권을 팔아넘기는 이유는 연체율 관리를 위해서다. 카드사가 팔아넘기는 대출채권은 연체가 시작된 부실채권이기 때문에 매각을 통해 연체율을 낮출 수 있다. 카드업계의 연체율은 지난해부터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어 올해 1분기엔 연체율을 방어하고자 하는 유인이 특히 컸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8개 카드사의 30일 이상 평균 연체율은 1.85%로 지난해말 1.64%보다 0.21%포인트(P) 높아졌다.



하지만 일부 카드사는 단기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대출채권 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을 두고 원금과 이자를 회수하면 더 많은 이익을 건질 수 있지만 당장의 손익을 방어해야 하는 금융사는 일정부분 손해를 감수하고 대출채권을 외부에 매각한다.

올해 1분기 8개 카드사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총 7244억원인데, 대출채권 매매이익을 제하면 순이익이 5566억원으로 내려앉는다. 특히 현대·우리·롯데카드 등은 대출채권 매각으로 손익 보전효과를 크게 봤다. 3개 카드사는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나빠진 카드사다.

2024년 1분기 대출채권 매매이익을 뺀 당기순이익/그래픽=김현정2024년 1분기 대출채권 매매이익을 뺀 당기순이익/그래픽=김현정
현대카드의 올해 1분기 순이익에서 대출채권 매매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78%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1분기엔 대출채권을 12억원어치 팔았지만 올해는 매각규모를 크게 키웠다. 대출채권 매매이익을 빼면 지난해 1분기 700억원대였던 현대카드의 순이익은 올해 1분기 140억원으로 급감한다.


우리카드는 대출채권 매매이익을 제하면 순이익이 마이너스(-) 17억원을 기록, 적자로 돌아선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1분기에도 올해와 비슷한 규모(356억원)로 대출채권을 팔았지만 지난해엔 대출채권 매매이익을 뺀 순이익이 103억원으로 흑자였다. 롯데카드도 마찬가지로 올해 1분기 순이익보다 대출채권 매매이익이 더 커 매각효과를 거두면 순이익이 -2억원이 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금리로 어려운 경영환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카드사가 수익성 보전과 연체율 방어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대출채권을 매각하고 있다"며 "일부 카드사는 대출채권 매매이익 없이는 순이익이 적자로 전환될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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