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넷마블, 카카오 클레이튼 1억개 현금화…빈 곳간이 야속해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4.06.3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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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모의실험 채택 코인 클레이튼 절반가량 매도

넷마블 홈페이지. 넷마블 홈페이지.


넷마블 (55,700원 ▲700 +1.27%)카카오 (40,100원 ▼900 -2.20%)가 개발한 가상자산(암호화폐) 클레이튼을 올들어 1억개 매도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클레이튼은 한국은행의 가상자산 실험 프로젝트에 채택되면서 '한국 코인 경제'를 이끌 유망 코인으로 입소문을 탔던 코인이다. 넷마블도 2억개 넘는 클레이튼을 보유했다가 현재 시세로 200억원이 넘는 물량을 시장에 처분했다.

28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넷마블과 마브렉스(넷마블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해외 자회사)가 클레이튼 메인넷에 스테이킹(예치)한 클레이튼 규모는 이날 기준 1억3675만3544개로 파악됐다. 메인넷이란 특정 가상화폐의 주요 인프라 역할을 하는 분산형 디지털 네트워크를 말하며 넷마블의 예치분은 곧 넷마블의 보유물량을 의미한다.



지난해 3월2일 기준 넷마블의 예치 규모 (2억3333만3334개) 대비 41.39%(9657만9790개) 감소했다. 이는 넷마블이 시장에 클레이튼을 팔았기 때문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자금 확보 목적으로 2024년 중 보유하던 클레이튼 수량 약 1억개를 매도했다"며 "다만 (클레이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최소화하고자 블록딜 등 일시 매각이 아닌, 시장 유동성을 고려한 범위 내에서 순차적으로 매각했다"고 했다. 클레이튼 1억개는 이날 시세(코인원 집계 시세 기준·개당 226원)를 적용할 경우 220억원대에 달한다.
클레이튼 재단 홈페이지. 클레이튼 재단 홈페이지.
넷마블은 지난해 4월부터 대여 계약을 거쳐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자회사 마브렉스에 클레이튼을 이전하는 한편 자금 확보에 필요한 물량은 팔았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이 적자 상태에서 자금 마련을 위해 추진하는 다양한 자산 매각의 일환으로 안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연결 기준으로 올해 1분기 98억원원 규모 당기 순손실을 입었다. 전년 동기(457억원 순손실) 대비 손실폭은 줄었지만 적자 상태를 유지중이다.



클레이튼 운영위원회(GC) 내부에서 넷마블과 마브렉스의 스테이킹율(총 예치 물량 대비 보유자 예치 물량)은 각각 2.09%, 10.44%로 감소했다. 지난해 3월2일엔 넷마블이 26.84%로 1위였다. GC는 클레이튼의 주요 사안을 의결하는 조직이며 예치율은 의결권에 영향을 미친다.

클레이튼은 카카오 자화사 크러스트가 개발해 2018년 10월 출시한 블록체인 플랫폼이자 가상자산이다. 한국은행이 2021년8월부터 2022년11월까지 진행한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연구 관련 시험 모델로 선정된 바 있다. KB국민은행의 멀티에셋 디지털지갑이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개발됐다는 소식도 전해지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엔 클레이튼 발행, GC 운영에 관여하는 클레이튼재단이 카카오로부터 재무적으로 독립했다. 다만 카카오는 현재 클레이튼 GC에서 예치율 1위(2억8571만4289개·21.8%)다.


증권·가상자산업계는 넷마블의 클레이튼 매도가 비용 효율화 작업 만으론 채우지 못한 현금 곳간을 염두에 둔 방안이라고 봤다. 클레이튼의 장밋빛 미래를 기대한 투자자에겐 실망스런 소식이겠지만 넷마블의 자금 문제를 우려해 왔던 투자자에겐 호재일 수도 있는 셈이다.

넷마블은 올해 상반기 신작 게임 '나혼자만 레벨업'이 첫날 매출 140억원을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사업구조상 수익성을 극적으로 높일지에 대해선 관측이 분분하다.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나혼자만 레벨업처럼 외부 IP(지적재산권)에 기반한 게임 비중이 높아 수수료 등 지출 부담이 거듭됐기 때문이다. 넷마블은 2021년1월 홍콩 소셜 카지노 게임사 스핀엑스를 21억9000만달러(지분 100%)에 인수하면서 인수 금융도 지속 상환해야 한다.

그 결과 넷마블은 연결 기준 지난 1분기 98억원 규모 당기 순손실을 입었다. 전년 동기(457억원 순손실) 대비 손실폭은 줄었지만 당기순이익 측면에서 적자를 이어간 것이다. 다만 영업이익이 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증권가는 1분기 영업이익이 개선된 것은 지난해 3분기 본격화한 구조조정이나 마케팅비 관리가 효과를 낸 결과라고 봤다. 다만 향후 글로벌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경우 마케팅비를 포함한 지출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비용이 늘면 주가 밸류에이션(가치)엔 부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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