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에 참패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파리에서 대국민 연설을 갖고 의회를 해산하고 30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전격 발표를 하고 있다. 2024.06.10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파리 AFP=뉴스1) 우동명 기자](https://thumb.mt.co.kr/06/2024/06/2024062814133398179_1.jpg/dims/optimize/)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유럽 의회 선거에서의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30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당선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유권자의 12.5% 이상을 득표한 후보들이 7월 7일 2차 투표를 치른다.
이민자·환경규제·기성정치 실망…극우정당 지지 기반 확대프랑스에서 극우 정당이 부상한 배경으로는 먼저 이민자 문제가 꼽힌다. 프랑스에는 지난 2000년 이후 이민자가 급증했다. 이들 중 다수가 적응을 하지 못해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테러 등 범죄 사건을 일으키며 반이민 정서가 커졌다. 특히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비난의 화살이 불법 이민자들을 향했고 극우 정당들은 반이민 정서를 자극해 대중적 지지 기반을 확대했다. 반이민 정서는 다른 유럽 국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독일에서도 나치 옹호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기독민주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등도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세력이 약진했다.
기성 정당에 대한 실망도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중도우파인 공화당과 중도좌파인 사회당이 정권을 번갈아 차지했다. 그러나 이들은 집권할 때마다 경제, 사회, 문화 등에서 서로 엇갈린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파리 로이터=뉴스1) 김성식 기자 = 9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압승한 극우 성향의 프랑스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총재(왼쪽)와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오른쪽)가 이날 파리의 당사무실에서 당원들 앞에 서서 연설하고 있다. 2024.06.09.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파리 로이터=뉴스1) 김성식 기자](https://thumb.mt.co.kr/06/2024/06/2024062814133398179_2.jpg/dims/optim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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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민연합은 전체 577석 중 88석에 불과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약 250석 내외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앙상블이 승리하려면 국민연합을 제외한 모든 정당과 연대해서 단일화를 추진해야 하지만 좌파 정당들은 독자 노선을 선언했다. 게다가 중도우파인 공화당의 경우 국민연합과 연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선거 결과 국민연합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경우 마크롱 대통령은 총리 임명을 포함한 모든 행정 권력을 넘겨주어야 한다. 과반이 아니더라도 국민연합이 다수당이 되면 공화당 등 우파 세력과 연정을 통해 의회 권력을 차지할 수 있다. 국민연합 대신 신인민전선이 다수당이 되더라도 야당이 지지하는 후보를 총리로 임명해야 한다.
2022년 총선에서 앙상블은 과반 의석 달성에 실패했지만 다수 정당으로서 정부를 꾸려왔다. 이번 총선으로 야당 출신 총리를 지명할 경우 마크롱 대통령은 실권을 잃고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에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은 최근 공개적으로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남은 임기를 지킨다면 향후 3년 국정 운영이 극도의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창룡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야당에서 총리가 배출되면 마크롱은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다"며 "여당이 소수인 상황에서 야당들의 의석 수가 비슷할 경우 헌법상 규정이 없기 때문에 총리 지명 자체가 불가능해져 국정이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리 AFP=뉴스1) 조소영기자 = 프랑스 극우세 확산을 우려하는 시민들이 15일 프랑스 혁명의 상징인 파리 중심가 레퓌블리크(공화국) 광장을 가득 메운 채 극우 배척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의회선거에서 극우당이 집권당에 승리하자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 실시를 발표했다. 2024.06.15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파리 AFP=뉴스1) 조소영기자](https://thumb.mt.co.kr/06/2024/06/2024062814133398179_3.jpg/dims/optimize/)
이번 총선에서 국민연합이 승리할 경우 오는 마린 르펜이 2027년 대선에서 집권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 경우 프랑스 최초의 극우 정부가 탄생한다. 이는 유럽 전역에서 불고 있는 극우화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오태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프랑스 총선에서 국민연합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고, 내년 총선을 앞둔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의 약진이 위협적이다"며 "극우 정당의 약진으로 2025년에서 2027년 사이 유럽의 정치적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연합이 승리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입장 변화도 불가피하다. 국민연합은 우크라이나에 군수품과 방어용 장비는 지원하겠지만 장거리 미사일 등은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마크롱 정부는 장거리 미사일을 포함해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고 러시아 영토 공격까지 찬성했다.
오 입법조사관은 "마크롱이 실권을 잃는다면 앞으로 프랑스가 우크라이나를 주도적으로 지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마린 르펜은 오히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연관성에 대한 소문도 있었던 만큼 국민연합이 총선에서 승리하게 되면 프랑스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