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세수 조기경보' 울렸다…세금 부족한데 '감세 드라이브'?

머니투데이 세종=박광범 기자 2024.06.2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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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뉴스1사진제공=뉴스1


'법인세 쇼크' 등 영향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펑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3년째 세수 '조기경보'를 발령했다. 올해도 사실상 '세수 펑크'가 불가피함을 공식 인정한 셈이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세수 재추계 작업을 진행하는 등 대응방안을 새로 짜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상속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대규모 '감세 드라이브'를 예고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진다.



중소기업도 어려워, 법인세 5월도 감소…3년째 세수 '조기경보' 발령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국세수입은 151조원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9조1000억원 줄었다.

정부가 올 한해 걷겠다고 한 목표금액 중에서 실제로 걷힌 국세수입의 비율을 의미하는 진도율은 5월까지 41.1%다. 지난해(46.6%)나 최근 5년 평균(47%)보다 낮다.



정부는 세수 진도율이 최근 5년 평균보다 크게 높거나 낮으면 내부적으로 세수 조기경보를 발령한다. 매년 3월(± 3%포인트)과 5월(± 5%포인트)이 조기경보 발령 기준월이다. 지난해에는 3월에 조기경보를 발령했고 올해는 5월에 발령 요건이 충족됐다. 세수 조기경보는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조기 경보 시스템이 가동되면 기재부는 내부적으로 세수추계를 다시 하고 세제실을 중심으로 실국간 협조 체계를 강화한다. 또 올해 세수 결손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예산 운용 대응방안도 수립한다.

윤수현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조기경보가 울렸다는 건 올해 예산 대비 세수 수입 달성이 안된다는 걸 사실상 확정했단 느낌"이라며 "조기경보가 울리면 면밀하게 점검해 세수가 얼마나 부족할지를 확정짓고 그 규모에 따라 올해 자금운용을 어떻게 할지 등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세금이 예상보다 크게 덜 걷힌 건 법인세 영향이 크다.

올해 5월까지 법인세 수입은 28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조3000억원(35.1%) 급감했다. 지난해 기업실적 악화로 3월부터 법인세 수입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결과다. 월별 누적 법인세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3월(-5조5000억원) △4월(-12조8000억원) △5월(-15조3000억원) 등으로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기업실적이 크게 악화된 영향이다. 법인세는 전년도 사업실적을 토대로 납부한다. 12월 결산법인 기준 대기업은 이듬해 3월과 4월, 중소기업은 3월과 4월, 5월에 법인세를 분납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까지 지난해 적자 행렬에 가담해 올해 법인세를 단 한푼도 내지 않았다. 여기에 금융지주사들의 세무상 이익이 감소한 것도 법인세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금융지주사들은 지난해 주식 등 유가증권에서 대규모 평가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주식 등을 처분해 현금화해야 세무상 이익으로 잡히는데 금융지주사들은 상당수 주식을 지난해 처분하지 않으면서 세무상 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지난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영업사정도 나빠 5월 들어 법인세 감소폭이 더 확대했다.

윤 과장은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법인세를 못내거나 일부만 낸 중소기업들이 상당히 있었다"며 "소송이나 경정 청구로 수천억원을 환급받아 간 특이요인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세수 부족한데 세금 더 깎아줄 정책만
문제는 앞으로다. 세수는 부족한데 세금을 더 깎아주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침을 밝혔다. 또 배당을 늘린 기업에 법인세를 깎아주고 주주들을 위해선 배당 소득세를 저율 분리과세해주겠다고 한 상태다.

여기에 종부세와 상속세 개편도 시사했다. 상속세와 종부세가 제도 설계 당시 취지와 달리 고소득·고자산가뿐 아니라 평범한 중산층까지 부담을 주는 현실을 감안해서다.

가뜩이나 나라살림 적자가 심한 상태에서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다. 올해 들어 나라 살림을 한눈에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지난 4월 말 누계 기준 64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역대급 세수 펑크를 냈던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19조2000억원 적자폭이 확대됐다.

정부는 일련의 감세 정책이 △기업투자 △민생안정 △자산형성 지원을 위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무엇보다 조세정책이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거시경제 전체적인 상호작용을 고려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세금을 깎아주는 데 따라 당장의 세수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의 투자 확대→성장 및 일자리 확충→소득·소비 증가→근로소득세 및 부가가치세 세수 등 증가' 등 세수 증대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뜻이다.

세금을 깎아주면 그만큼 소비·투자가 늘어 경기가 회복돼 외려 세수가 확충되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란 게 정부 생각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포럼에서 최근 세제 개편 논의가 감세 위주로 흘러감에 따라 세수 부족 우려가 커지는 데 대해 "세제조치로 세수감을 하면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라며 "재정 여건이 나쁘니 증세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답은 아니고 재정지출과 세제지원, 조세지출의 역할을 나눠 긍정적인 효과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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