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전 승자는 트럼프?…바이든 자폭에 "후보 바꿔야" 민주당 '패닉'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4.06.2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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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 토론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스1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 토론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스1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끝까지 고수할까. 미 정치 역사상 가장 운명적 토론으로 기대를 모은 27일(현지시간) 바이든-트럼프의 첫 TV토론은 민주당을 공황 상태에 빠뜨렸다. 박빙의 지지율 차이를 벌려놓을 절호의 찬스였지만 81세의 바이든은 노쇠한 이미지를 더 굳혔고, 트럼프는 뻔뻔한 '싸움닭'임을 재확인시켰다.

기력 없는 바이든, 전투력 넘친 트럼프
이날 CNN이 주관한 첫 대선후보 양자 TV토론은 밤 9시부터 생중계돼 NBC와 ABC, CBS 등을 통해서도 90분간 전미 각주에 방영됐다. 미 전역은 물론 세계의 눈이 애틀랜타(토론장소)로 향한 가운데 바이든은 초장부터 '쉰 목소리'로 발언 도중 눈을 껌뻑이는가 하면, 갈 곳을 잃은 듯 방황하는 눈빛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짓과 과장된 공격에 기가막힌 듯 입을 벌린채 듣는 모습이 내내 분할화면으로 비치면서 수세적 모습이 부각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초반 국가채무에 대한 질문에 답하다 말을 더듬었다. 초기 답변에서 조만장자와 억만장자를 혼동하는가 하면, 일자리 단위, 인슐린 가격 월별 상한선 등 숫자를 틀리게 말하기도 했다. 메디케어 관련 답변에선 생각의 흐름이 막힌 듯 마무리를 깔끔히 하지 못해 트럼프로부터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는 조롱을 샀다. 결국 대통령의 건강에 대한 의문이 완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됐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개최된 대선 후보 첫 토론회를 시카고 올드타운 퓨어하우스 식당에서 지켜보는 한 고객의 테이블위에 트럼프 가면이 놓여 있다./AFPBBNews=뉴스127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개최된 대선 후보 첫 토론회를 시카고 올드타운 퓨어하우스 식당에서 지켜보는 한 고객의 테이블위에 트럼프 가면이 놓여 있다./AFPBBNews=뉴스1
반면 트럼프는 유세장에서의 과격함을 한 톤 낮춰 TV토론에 최적화한 모습이었다. 바이든의 발언 도중 끼어들까봐 토론 중 마이크음을 소거한 CNN의 노력이 무색했을 정도다. 트럼프는 2020년 토론에서의 지나치게 호전적인 논쟁이 실패의 씨앗이 됐다는 보좌관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바이든에게 '실수할' 시간을 주며 느긋하게 발언 순서를 기다렸다. 특유의 과장과 거짓섞인 주장에는 변함이 없었다. 토론 중반으로 가자 트럼프는 바이든에게 "중국에 돈을 받는 민주 후보"라며 "당신 때문에 나라 전체가 폭발하고 있다"고 터무니 없는 공세를 퍼부었다.



막말과 자화자찬 무장한 트럼프 vs 역겨움 참는 바이든
두 후보 간 토론이 격화되면서 막말도 오갔다. 바이든이 트럼프가 성추행 입막음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음을 상기하자 트럼프는 되레 바이든의 아들 헌터가 "(총기 불법 소지 혐의) 유죄판결을 받은 중범죄자"라고 공격했다. 바이든은 이 대목에서 트럼프를 향해 "아내가 임신한 사이 포르노 스타와 성관계를 가졌다"며 "골목 고양이의 도덕성을 갖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이에 "나는 그와 잠자리를 갖지 않았다"며 바이든이 선거에서 지면 차기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헌터가 기소될 수 있다는 위협적 발언을 내뱉었다.

2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 미국 대선 첫 번째 TV 토론회 생방송 화면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2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 미국 대선 첫 번째 TV 토론회 생방송 화면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제, 외교, 이민, 낙태, 고령 등 다양한 주제가 제기됐지만 혐오와 모욕으로 가득찬 토론이었다. 때때로 바이든은 트럼프의 발언이 역겹다는듯 눈을 가늘게 떴다. 트럼프가 죽은 미국 군인들을 두고 한 때 "바보와 패배자"라고 불렀다며(트럼프는 이를 부인) "당신이야말로 바보이고 패배자"라고 일갈했다. 그러나 그 공격조차 쉰 목소리 탓에 힘 없이 들렸다. 이날 트럼프의 허위·과장 발언은 중재자의 확인없이 넘어가는 일이 잦았다. 괴로운 것은 바이든이었다. 뉴욕타임스는 4년 전 두 사람의 첫 토론과 달리 이번엔 바이든이 할당된 시간을 채우려고 더듬더듬 노력한다는 인상이 강했다고 평가했다.

80세 전후로 고령임을 우려한 질문이 뜻밖에 트럼프의 골프 자화자찬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트럼프는 2024년 대선 결과에 대해 누가 이기든 받아들이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답을 두 차례나 피했다. 세번째 확인질문에야 비로소 "공정하고 합법적이며 좋은 선거라면 물론"이라고 답했다. 트럼프는 이미 올해 민주당이 11월 부정행위를 할 것이라고 근거 없이 주장해 자신이 진다면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폭력 사태에 대해서도 책임을 회피했다.


민주당 내부 패닉, 토론 결과에 절망…바이든 사퇴 요구도
이날 토론은 민주당 내부에서 패닉을 불러일으켰다. 익명의 민주당 의원은 파이낸셜타임즈에 "많은 하원 의원들이 오늘 밤 바이든이 재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음을 발표해야한다고 서로 비공개 문자를 보냈다"며 "새로운 후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직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수석 고문 데이비드 액슬로드는 CNN에 바이든이 일부 정책 문제에서 점수를 획득했지만 "그가 계속해야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CNN 스튜디오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첫 TV 토론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미국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CNN 스튜디오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첫 TV 토론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바이든은 대선 후보로 지명되기 위한 충분한 대의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는 한 다른 후보가 민주당 후보가 될 수 있는 길은 없다. 그러나 바이든이 중도 사퇴한다면 민주당은 8월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후보를 지명하게 된다. 전당대회 자체가 대선 캠페인이 될 수 있고 이는 민주당 내부의 분열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짚었다. 카멀라 해리스가 부통령이란 이유로 자동으로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해리스는 다른 민주당 의원들과 동일한 입장에 있지만, 바이든이 지지한다면 보다 유리한 후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바이든은 이날 애틀랜타의 한 와플 하우스 레스토랑에서 늦은 밤 기자들에게 "우리가 (TV토론을)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단념하지 않는 듯 보였다. 후보에서 물러나라는 요구와 토론 성과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아니요. 거짓말쟁이와 토론하기는 어렵죠"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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