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수색해도 못 찾았는데…하루 두 생명 구한 환상호흡 '고고팀'

머니투데이 충주(충북)=김온유 기자 2024.07.0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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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소방관]③오용철 소방교와 구조견 '고고'

편집자주 119안전센터 신고접수부터 화재진압과 수난구조, 응급이송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위기에 처한 현장엔 언제나 가장 먼저 달려온 소방대원들을 볼 수 있다. 재난 상황에선 히어로(영웅)같은 역할을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친근한 우리의 이웃들이다. 생활인이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은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인생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우리동네 소방관들을 만나봤다.

오용철 소방교가 구조견 고고와 함께 산에서 수색 활동을 하는 모습./사진제공=오용철 소방교오용철 소방교가 구조견 고고와 함께 산에서 수색 활동을 하는 모습./사진제공=오용철 소방교


지난달 28일 충북 충주에 있는 충청강원119특수구조대에 들어서자 구조견 '고고(5세·암컷 독일산 셰퍼드)'가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 고고는 간식을 주러온 오용철 소방교(32세)을 보자 몸을 비비며 갖은 애교를 부렸다. 이들은 실종자가 돌아오길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재난 현장을 누비는 '119구조견'과 '핸들러(견조련사)'다.

오 반장은 국군정보사령부 특수임무대(HID)에서 부사관으로 근무한 후 경채(경력채용)로 소방청에 들어왔다. 이후 수도권119특수구조대에서 소방 업무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핸들러라는 보직이 있는지도 몰랐던 오 소방교는 보조자로 수색활동에 참여한 후 해당 업무에 매력을 느꼈다.



그는 "핸들러와 구조견이 출동할 때 보조자가 같이 나가는데 저도 구조대원 시절 보조자로 수색을 함께 나갔던 경험이 있다"고 소개한 뒤 "보통 보조자로 현장 도움을 주다가 견사로 놀러가기도 하며 구조견들과 친해지게 된다"며 "한번은 보조자로 수색을 동행해 실종자를 구조했던 적이 있는데 구조견이 구조자를 찾아 뛰어갈 때, 그 순간의 보람찬 감정이 핸들러로 이끌었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2021년 말에 핸들러라는 새 보직을 맡게 된 오 소방교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처음으로 만난 구조견 '행복이'(2019년생)가 너무도 빨리 무지개다리를 건너서다. 구조견으로 투입된 후 1년이 되지 않아 아프기 시작한 행복이는 계속 투병생활을 이어갔다. 오 소방교가 직접 데리고 대학병원도 다녔지만 병명도 알 수 없는 희귀병이었다. 힘들어하는 걸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그의 마음은 찢어졌다. 이 때문에 행복이 다음 배정받은 고고는 더 애틋하게 다가왔다.



둘의 각별한 유대관계는 현장에서 더 빛이 났다. 지난해 경북 예천 물난리로 현장 수색을 나갔던 오 소방교와 고고는 서로를 의지하며 힘든 상황을 헤쳐나갔다고 했다. 물이 범람했던 현장에서 소심한 성격의 고고가 예민해져 있을 때 오 소방교는 15kg가 넘는 녀석을 직접 안고 물을 건넜다. 또 빛 한줄기 없이 칠흙같은 야간 산악수색 상황에서 혹여 두려울 수 있는 마음이 밀려올 때면 고고도 오 소방교에게 든든한 힘이 돼뒀다.

그는 "오히려 고고의 도움을 받을 때가 많다"면서 "이제는 동료를 넘어 가족이 됐을 정도로 힘든 현장에서 서로 의지하며 어떻게든 실종자를 찾아내겠다는 일념으로 야간에는 어둠을 헤치며 같이 수색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오용철 소방교와 구조견 고고./사진=김온유 기자오용철 소방교와 구조견 고고./사진=김온유 기자
이 둘의 강한 유대와 의지는 지난 20일 하루에 다른 장소에서 실종자 2명을 찾아내는 성과물을 만들어냈다. 고고는 5일간의 수색에도 찾지 못한 실종자를 충북 단양에서 투입 25분 만에 구조해냈다. 강원 원주에서도 소방관과 경찰관 40여명, 헬기, 드론 등이 합동으로 수색하던 실종자를 1시간만에 찾아냈다. 하루에 다른 장소에서 실종자 2명을 구한 것은 고고가 처음이다.

현재 운영하는 어떤 탐지장비보다 구조견이 뛰어나다는게 소방청 안팎의 평가다. 좁은 구역을 수색하는 건 탐지 장비가 나을 수 있지만 넓은 구역을 수색하는 건 구조견이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구조견들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돌보는 핸들러들의 공도 큰게 사실이다.


오 소방교는 고고가 보고 싶어 휴일에도 출근할 만큼 애정이 깊다. 심지어 그의 가족들도 고고를 보러 소속 본부로 찾아온다. 통상 구조견이 첫 훈련사를 떠나 핸들러에게 배정되면 환경이 바뀌면서 기량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친화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기량을 회복하게 되는데 이번 고고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119구조견은 규정상 8세가 지나면 은퇴 심의를 하게 되는데 2019년에 태어난 고고는 길면 4~5년 정도 더 활동할 수 있다. 훈련 성과도 높고 핸들러와 교감도 잘하지만 매번 3~4주 정도 현장 활동을 겪다보면 건강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오 소방교가 온 힘을 다해 고고의 건강과 안전한 수색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이유다.

그는 "행복이가 아프고 나서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며 "고고는 아프지 않고 끝까지 함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고고와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서로를 의지하며 가능한 많은 사람을 구하는게 목표"라면서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소방관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용철 소방교와 구조견 고고가 수해현장에서 수색 활동을 하는 모습./사진제공=오용철 소방교오용철 소방교와 구조견 고고가 수해현장에서 수색 활동을 하는 모습./사진제공=오용철 소방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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